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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확전에 요동치는 유가...정유업계 촉각


입력 2022.02.22 10:51 수정 2022.02.22 10:5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러시아-우크라 갈등 고조에 유가 100달러 육박

1Q 재고평가이익 있지만 석유 제품 수요 위축 우려도

러·우 갈등 외 이란, 중국 수급 이슈로 당분간 유가 '널뛰기' 우세

(왼쪽부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한주재러시아대사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10달러나 상승하며 90달러를 훌쩍 넘긴 원유 가격은 전쟁 발발 시 많게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은 심상치 않은 유가 움직임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당장은 재고평가이익이 늘어 호재이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제품 수요가 줄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평균95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93.86달러로 한 달 전 81.22달러 보다 12.64달러(15.6%) 올랐다. 4월물 브렌트유는 96.28달러로 1개월 전 보다 12.56달러(15.0%) 상승했다.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오른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이슈가 주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분리주의자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 유지라는 명목으로 해당 지역에 러시아군 파병을 명령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영국 등은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니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한 달 새 18.82% 급등하며 MMBtu(열량 단위)당 4.7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MMBtu는 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JP모건은 양국을 둘러싼 갈등이 공급 쇼크로 이어질 경우, 올 1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간 무력 충돌 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진단한다. 현재 러시아는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13%, 천연가스 17%를 담당하고 있다. 양국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이들 가격을 더욱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양국) 무력 충돌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원유 파이프라인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 우려가 높다"면서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단기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주도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이어지더라도 원유·천연가스 수출 금지라는 직접적인 제재 보다는 노드스트림2(Nordstream2) 파이프라인 폐쇄, 국제자금 통제 등 간접적인 압박 가능성이 높아 이들 가격은 다시 안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날로 심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석유 제품 수요 회복 보다는 공급 불안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호재와 악재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이익) 등 긍정적인 영향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 모두를 살피고 있다.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통상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이익을 본다.


다만 최근 유가는 탄탄한 수요 회복 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중동 지역 분쟁 등 외부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이 해소되면 급등했던 원유 가격은 조정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은 거꾸로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재의 고유가를 호재로만 보기 어렵다.


또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올라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위축돼 정유사들의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악화될 수 있다. 만일 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값만 계속 오르면 원재료 부담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지게 될 경우,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계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로 이 비중을 줄여야 할 경우, 대체 원유 운송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5375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5.6%를 차지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줄이는 대신 미국, 중동 등 타 지역 원유 공급을 늘리게 되면 운송비용이 늘어 그만큼 고정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원유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이란 핵협상, 올림픽 이후 중국 석유 제품 수요 증가 등 긍정적 이슈도 상존하고 있어 조만간 원유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지난해 4월부터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란이 핵 활동을 동결 또는 축소하고, 서방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핵 협상 타결 시 이란산 원유 수입 증가로 유가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협상이 타결되면 석유 시장에 50~100만 배럴의 추가 공급이 발생해 유가는 현재와 비교해 10~15달러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가 해제되면 시장 공급 부족이 완화돼 유가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을 끝낸 중국이 공장 재가동과 경기부양책을 다시 활성화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란, 중국 영향 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원유 수급 및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유가 강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견조한 글로벌 수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정 갈등으로 국제유가는 지지받고 있다"면서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진행상황이나 이란 물량 복귀 여부에 따라 유가가 움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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