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60살 미만 미접종자 방역패스 적용, 합리적인 근거 없어"
재판부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단
대구시, 12∼18살 청소년에 적용하려던 방역패스 효력도 중단
복지부 "지자체 차원 즉시 항고 검토중"
청소년이 아닌 성인에 대해 식당·카페 출입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중지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대구에서 60살 미만은 식당이나 카페를 출입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시는 법무부에 즉시항고 의견 제출을 검토 중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식당·카페를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적용 시설에 포함시킨 부분 중 60살 미만인 자에 대한 부분의 효력을 본안사건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같은 재판부 판결에 따라 대구에서 60살 미만은 식당이나 카페를 출입할 때 코로나19 방역패스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법원이 대중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나 카페 출입에 대해 성인 대상 방역패스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서울과 경기, 대전, 인천,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이 나왔는데, 결정 후 마트·백화점 방역패스는 전국적으로 해제됐다.
이번 결정으로 대구시가 12∼18살 청소년에 적용하려던 코로나19 방역패스의 효력도 중단됐다. 재판부는 "12∼18살 이하인 자에 대한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대상 확대조치 부분도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만큼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를 당초 3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지역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이 나오자 지역간 형평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4월 1일로 한 달 늦췄었다.
재판부는 "방역정책이 60살 이상 고위험군이나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60살 미만의 미접종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법익균형성 원칙에 비추어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접종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식당·카페를 이용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등 여러 변수는 예측하기 어렵고, 현재의 집행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방역당국도 새로운 고시로 대응이 가능하고, 법원도 직권으로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만큼 현행 방역패스의 효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진단검사와 재택치료 등 방역 정책을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60세 이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체로 PCR(유전자증폭) 검사 우선대상자나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에서 제외됐다.
전파력이 강하고 중증화율·치명률은 약한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코로나19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확진자 폭증세가 나타나자 방역체계를 '위중증·사망 최소화'에 맞춰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현재의 유행 상황에 대해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는 '엔데믹'의 초입 단계라고 평가하면서 방역패스 등 각종 방역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패스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정 방안은 오미크론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과 정점 도달, 이후 감소세 전환 등의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부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접종자들을 보호하고, 이들로 인한 추가 전파를 방지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현재로서는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출입명부 등록 목적 QR코드나 안심콜 등 운영을 잠정 중단했지만,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QR코드는 계속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방역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법원의 방역패스 중단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방역패스 실효성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대구시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전국 확진자 수가 하루 17만 명을 넘고, 지역 내 확진자도 6천 명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미크론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는 방역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시항고는 결정문 송달일(23일)로부터 3일 이내에 법무부에 관련 의견을 제출하고, 법무부의 지휘에 따라 7일(3월 2일) 이내에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차원에서 항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이번 소송의 피고는 대구시로, 현재 대구시에서 즉시항고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정부는 대구시의 (항고 여부) 검토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 경기 등 지역의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에 나섰거나 항고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