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인선 마무리 관측
윤종원 공약 현실화 '촉각'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사회 진입을 위한 재도전에 나섰다. 국책 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의 성격과 더불어 노조추천이사 실현이 윤종원 행장의 취임 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민간 금융사로까지 번져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이달 중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려 은행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만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주 중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논의가 다소 길어지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노조추천이사를 시도했다가 두 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만큼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 2월과 지난해 4월까지 두 차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 후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로 선임된다.
기업은행 노조의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선 외부 분위기가 예전보다 우호적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앞서 노조추천이사제의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수은은 금융권 최초로 지난해 9월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를 노조추천이사로 임명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금융사 중 노조추천이사제를 맨 처음으로 실시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
임명 제청권을 가진 윤 행장도 원칙적으로 노조추천이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행장은 2020년 취임하면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윤 행장은 지난해에도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금융위에 제청했다. 하지만 도리어 금융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기업은행 노조의 이사회 진출은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는 금융위의 스탠스도 예전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국정과제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민간 확산은 어려울 듯…외국인 주주 '부정적'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가 현실화할 경우 앞으로 관심은 민간 금융권으로의 확산 여부에 쏠릴 전망이다. 당장 KB금융그룹 노조 역시 김영수 전 수은 부행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이사회 사무국에 전달해 둔 상태다. 2017년부터 시작된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그러나 KB금융 노조의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이번에도 불발될 공산이 크다는 평이다. 반전을 노리기에는 내부적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진 상황이 없는데다, 외국인 주주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제도라 할지라도 국책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사의 사정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고, 공공기관을 넘어선 노조추천이사 확산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