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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㉓] 생물, 환경가치 넘어 산업 자원으로…국립생물자원관


입력 2022.02.27 07:01 수정 2022.02.26 22:5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후위기 시대 세계 자원 경쟁 심화

에너지 빈국 벗어나 생물 주권 확보

15년 DB 바탕 환경보호·산업화 박차

국립생물자원관 전경.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 수입률이 90%에 달할 정도다. 좁은 국토에서 오는 한계다. 삼면이 바다라는 강점을 살려 해양자원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자원 빈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생물의 자원화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적 측면에서의 생물 연구를 넘어 산업 측면에서의 자원화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7년 10월 설립한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 자원화를 이끌기 위한 연구·전시 기관이다. 국가 생물주권 확립을 위해 자원의 효율적 보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21세기 전략산업인 생물산업을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더불어 전시·교육을 통해 생물자원 가치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증진하고 전문인력 양성도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초래된 지구의 생물 다양성 피해 심각성을 일반 국민은 아직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생물자원 발굴, 확보, 소장 및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우리나라 생물주권 확보에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개 부서 10개 과, 2개의 센터로 이뤄져 있다. 지원부서인 운영관리과와 전략기획과를 포함해 생물자원연구부에 식물자원과, 동물자원과, 미생물자원과, 국가철새연구센터(소청도)가 있다.


생물자원활용부는 유용자원활용과, 유용자원분석과, 전시교육과,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에서 12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우리나라 생물자원과 환경 문제에 대해서 분석·연구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생물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의 주요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국가 생물자원 확보·소장·관리를 통한 생물자원 주권 확립 ▲생물산업지원 기반 구축 및 유용성 연구 ▲전시·교육 ▲나고야의정서 및 유전자원법 이행 지원이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자생생물 조사 ·발굴을 통한 국가생물종목록 5만6248종 구축, 생물자원 확증표본 정보 3만7034종 확보, 유전정보(DNA) 바코드 확보 9935종 등 생물과 생물다양성 관련 다양한 정보를 산학연과 관련 분야에 제공해 생물 다양성 연구 중심 기관 역할을 수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생물소재, 분양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야생생물소재 연구동을 준공해 본격적으로 생물자원 인프라 구축과 활용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생물자원 발굴 및 분류 연구 분야에서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 ▲한반도 생물지 발간 ▲주요 자생종 바코드 분석 및 계통수 작성 ▲슈퍼바코드를 이용한 생물산업소재 종 판별법 개발 연구 ▲자생 생물자원의 유전자 다양성 연구 ▲해외 생물다양성 공동조사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을 진행해 왔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관리 연구에서는 생물다양성 정보 확보·관리와 국가 생물자원 종합인벤토리 구축, 자생생물의 전통적 이용지식 연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 철새정보네트워크 구축 등 야생동물 첨단연구(R&D)와 생물산업 소재 발굴 연구, 야생생물 유전자원 활용지원 등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들이 생물종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 주도권 경쟁 가속…전문성 확대·강화

국립생물자원관은 전시관도 운영 중이다. 이곳은 생물자원과 생물다양성 중요성, 보전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고자 설립한 국내 유일의 자생생물 전문 전시관이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볼 수 있도록 원핵생물, 원생 및 진균계, 식물류, 동물류, 대형 포유류 등으로 구분해 우리나라 고유 생물과 자생 생물 표본 1500여 종 4만6000점을 전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여우의 실물 표본도 있다.


전시관에는 생물표본 1100만 점 수장이 가능한 시설이 있다. 19개 수장고에서 식물과 동물, 유전자원 등의 관리 실태와 표본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은 190만여 점의 표본이 소장돼 있는데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관람을 허용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1세기 세계 상황을 이른바 ‘생물자원의 전쟁 시대’라고 표현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국가 간 생물자원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마다 자국 생물자원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러한 연구·관리를 바탕으로 자원의 산업화가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물로부터 얻어내는 혜택은 농·수산물 같은 단순 산물을 넘어 의약품과 건강식품 등으로 이미 진화한 상태다. 여기에 생태관광과 교육 등도 산업적 자원으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최근 기후위기 상황이 심화하면서 생물이 토양과 수자원을 보호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생태계 안정에 이바지하는 고차원적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도 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급속한 탄소 배출량 증가가 기후변화를 초래했고, 기후변화는 산림과 담수, 해양생태계의 불균형을 불러왔음을 수많은 연구 사례와 증거로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태계 불균형은 해충을 대량 발생시키고 심각한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생물다양성 보존은 강과 산, 바다에 사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일이다. 이러한 생명은 인간과 별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들 삶과 서식처가 지켜질 때 인간의 삶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존폐를 위협하는 시대에 자연 속 생물 하나의 가치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구상에는 수백만에서 수천만 종의 생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은 약 200만 종”이라며 “생물자원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생물다양성 관련 기구는 지금 추세로는 수십 년 안에 약 100만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알리는 동시에 우리의 생물자원이 지닌 가치를 공유하고 그 혜택이 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 ⓒ국립생물자원관
“BT는 우리 경제 차세대 먹거리…생물 연구 매우 중요”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 인터뷰


지난해 12월 제8대 국립생물자원관 책임자로 취임한 서민환 관장은 1995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처음 연구가로 입문한 생물 전문가다.


식물생태학을 전공한 서 관장은 지역마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과 계절별로 식물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기록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식물생태학 연구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직접 설악산을 등반해 멸종위기종인 에델바이스를 찾았을 때 ‘심봤다’를 외치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는 서 관장은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그 식물의 가치가 가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구를 진행했을 때 상상하지 못한 잠재적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며 생물 자원 연구의 가치를 설명했다.


서 관장에 따르면 지구상 기록된 생물 종은 175만 가지에 이른다. 연구자들이 추정하기로는 1300만에 달하고, 혹자는 1억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물은 어떤 의미로든 가치를 가지는데 현재는 30만 종의 생물만 활용된다.


서 관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수년 내 인류도 멸종한다는 보고가 있듯 모든 생물의 가치는 하나하나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생물을 활용한 생명공학기술(BT)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생물의 ‘자원화 가능성’을 강조한 서 관장은 과거 4년 동안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과장과 국립생물자원관부장, 낙동강생물자원관장을 거쳐 국립생물자원관 최고 책임자가 된 경우는 서 관장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도 국립생물자원관 변화·발전에 대해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기대에 서 관장은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특히 최근 강조되는 탄소중립 관련 생물의 역할에 관해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개관 15년을 맞아 그동안 1600만 건의 생물정보를 생성하고 1만여 종에 달하는 생물 DNA 정보를 기록해 온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부터 연구 정보를 확대 공개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보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도 제공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 성과를 한 단계 높여줄 시설로 인천시 옹진군에 국가철새연구센터가 개소하고 경남 밀양시에는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 환경부 환경산업실증화연구단지에 생물소재 클러스터를 만드는 작업까지 국립생물자원관이 주도해 생물 소재화 사업에 획기적 발전이 예고된다.


이에 서 관장은 “환경부 생물 관련 유일한 국가기관인 만큼 생물 관련 총괄기관으로서 역할 정립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역할 강화와 생물다양성센터 자리매김, 제도와 조직 정비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관장은 “어떤 직장이든 직원이 행복해야 도출되는 연구 성과의 질도 좋아진다”며 “가능한 직원이 행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관장은 “이런 제 계획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나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과거 연구부장 시절에도 그랬듯 언제든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관장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생물자원관 전시실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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