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초보 대통령이 러 자극해 충돌" 논란
추미애 등 여권 인사들도 젤렌스키 탓
일부 누리꾼 "일본 침략도 조선 책임이냐"
영미권 레딧서도 이재명 발언 비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한 것"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경력이 짧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투영해 비판하려는 취지였으나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선관위 주관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 나선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되어서 나토(NATO)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26일 경기도 김포와 파주 유세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파주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도자만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된다"며 "국가 지도자가 일부러 전쟁으로 몰아가지 않는 한 전쟁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만 잘 뽑자"고 했었다.
김포 유세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강국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북한 전체 국민총생산이 우리 국방비만큼도 안 된다. 또 세계최강 미군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다"면서 "지도자만 문제 없으면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일견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무능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푸틴의 침략은 규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이 사태를 몰고 온 초보적 외교가 또 다른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대통령과 상대 후보가 겹쳐지는 게 우연이 아니다"며 윤 후보를 젤렌스키 대통령에 비유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력이 부족한 코메디안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하여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며 "외교 경험이 없는 코메디안 출신 아마추어 대통령이 미숙한 리더십으로 러시아를 자극한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에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아프간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머물며 항전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세계적으로 찬사와 응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은 "이런 논리라면 일본의 조선 침략도 합리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이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날 레딧에서는 토론회 영상 일부와 함께 "한국의 민주당(여당) 대통령 후보는 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