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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인사 문제"…文·尹 회동 무산된 진짜 이유는


입력 2022.03.17 00:00 수정 2022.03.16 23:4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대통령-당선인 회동, 예고해놓고 당일 취소 이례적

尹측 'MB 사면' 충돌 배경 분석에 "그런 거 아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문제가 결정적 영향 미친 듯

野 "낙하산 근절 약속 허언" 靑 "법 따라 진행"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16일 당일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남을 예고해놓고 취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민정수석실 존폐 문제 등이 회동 무산의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공기업·공공기관 인사권 문제가 더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가에서는 양측이 오찬 회동을 불과 4시간 앞두고서 회동 무산을 공식화한 건 의제와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회동 무산의 주요 요인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사면 문제가 회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무산) 이유는 서로 얘기 않기로 했다"면서도 "사면의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우리가 답을 들어야 (회동이 성사된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그런 걸로 지금 충돌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가에서도 문 대통령 의중에 반하는 사안을 당선인 측에서 공개적으로 의제화하기란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양측 간 기싸움이 회동 무산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우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인수위와 협의해 진행하거나 인사권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출신 등 친문 인사들을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한국 IPTV방송협회장 등 요직에 줄줄이 기용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사퇴시킨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역이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은경 학습 효과' 때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공기업·공공기관 임원을 함부로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근절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허언이 돼버렸다"며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갈 것이라 공언했지만, 실상은 '캠코더 인사'로 가득한 무책임한 인사의 연속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전날 상임위별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현황'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도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윤 당선인 측에서 내년 5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까지 공개 거론하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김 총장을 향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청와대는 회동 무산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축하와 덕담을 하면서도 국정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고, 당선인이 대통령에게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는 자리"라며 회동 무산의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박 수석은 '알박기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필요한 건 만나서 협조하고 조율할 게 있으면 하게 될 것이고, 두 분의 대화 속에서 서로 의견이 잘 반영되리라 믿는다"면서도 법에 따라 진행한 인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측이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고 밝힌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은 다음 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 수석은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장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계속 협의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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