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모티브로 한 웹툰,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MZ세대들, 짧은 시간에 강한 메시지 얻는 동화 선호"
사람들은 어린 시절 만난 백설공주, 인어공주, 앨리스와 같이 아름다운 동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꿈을 꾸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 이야기에 대한 로망과 꿈을 안고 산다. 때문에 키덜트와 어른이들을 위한 각종 향수를 불러오는 상품들과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좋은 에피소드가 많은 동화책을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장르물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동화책은 잔잔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다. 뮤지컬의 소재로도 좋고. 다양한 장르에서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지난 2020년, 어른들을 위한 동화 ‘별똥별이 내게 온다면’을 쓴 조은별 작가의 말이다. 실제 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다양한 매체의 원천 소스로 활용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네이버 웹툰 ‘고래별’(작가 나윤희)이 인기를 끌고, 이 인기를 드라마가 이어받는 식이다. 현재 드라마는 콘텐츠 제작사 테이크원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미술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작가 겸 화가이자 만화가인 토베 얀손(1914~2001)이 탄생시킨 동화책의 주인공 ‘무민’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가 지난해 11월 14일까지 서울 성수동 그라운드시소에서 개최됐다.
전시는 토베 얀손의 소설을 충실히 따라간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은 무민가족과 큰 홍수’를 비롯해 ‘혜성이 다가온다’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 ‘무민파파의 회고록’ ‘무민의 겨울’ 등 9권의 소설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소설의 주요 장면을 팝업 형태로 선보이고, 그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소설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무민의 겨울’에서는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3D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이밖에도 어릴 적 동화책 그림에 빠져 화가가 된 김서울 작가 역시 지난해 3월까지 갤러리H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동화 작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또 ‘이야기그림작가’로 활동 중인 조은별 작가 역시 개인전 3회와 단체 전시회 1회를 개최하는 등 꾸준히 전시회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실제 동화책과는 무관하게 ‘어른을 위한 동화’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봉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주목을 받은 영화 ‘소울’은 누적관객수 204만8137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지난해 첫 2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시대, 그것도 성수기도 아닌 비수기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크게 흥행했다.
공연계에서도 해당 장르에 대한 수요가 드러난다. 공연계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로 정평이 난 연극 ‘환상동화’는 올해 2월 1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는데, 개막 전 티켓오픈 당시 창작연극 부분에서 랭킹 1위를 기록했다. 당시 관객들은 “꿈꾸었던 환상의 동화!”(custkdfu***) “어른들이 보는 동화”(aqua***) 등의 평을 남기기도 했다.
또 최민식 주연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나이트메어 앨리’, 드라마 ‘라켓소년단’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문스토리’, 창극 ‘나무, 물고기, 달’ 등은 물론 가수 손태진의 ‘더 프레젠트 투데이즈’(The Present Today's) 등 많은 작품들을 홍보하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도, 해당 장르에 대한 대중의 높은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의 흥행 역시 서점가의 ‘어른 동화’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동화는 특유의 치유 기능이 있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대중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이다. 더구나 드라마나 영화처럼 영상화가 되거나, 뮤지컬 등 무대로 제작되는 경우는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안기면서 시너지를 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MZ세대들은 이미지 세대다. 글보다는 사진이나 영상에 더욱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두꺼운 책보다는 그림책, 동화책을 선호하게 되고 그것이 영상화 되었을 때의 만족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고 동화 속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읽어내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가 강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어른 동화’ 관련 콘텐츠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