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아동학대 기소됐지만 1·2심서 무죄…처벌 없었는데도 해고 "부당해고" 주장
행정소송 재판부, 형사재판 무죄 판결과 별개로 해고 요건 충족
"아동학대 의심 정황 행위들로 어린이집에 손해 끼치고 원장 명예훼손"
"원아들의 부모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 저질러"
아동학대 혐의를 받은 보육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어도 그로 인한 어린이집의 손해가 인정된다면 징계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던 중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정황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소집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는 B씨의 사직을 결정했지만, 중앙·지방노동위원회는 B씨가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복직을 명령했다. 노동위는 B씨에게 적용된 네 가지의 해고 사유 중 세 가지가 인정된다면서도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고 봤다.
B씨는 같은 해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됐지만 이듬해 검찰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고의로 학대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고, 피해 아동들의 신체·정신 건강 발달이 저해될 정도의 위험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A씨가 낸 행정소송 재판부는 형사 재판에서의 무죄 판결과 별개로 B씨의 행위가 어린이집에서 해고될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는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 어린이집에 손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A씨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며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이어 "원아들을 함부로 거칠고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원아들을 돌보는 데 있어 부주의한 행동을 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확인된다"며 "만약 위의 원아들의 부모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B씨가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이었음이 명백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는 설령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인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까지 보긴 어려워도, 일반적·평균적 관점에서 최소한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서, 원아들을 안전하게 보호·양육·교육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징계 수위 역시 해고가 과하지 않다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