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중 96.1% '관크' 경험
해외는 예외 없이 제재...국내는 개인의 양심에 맡겨
#지난해 연말,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된 한 뮤지컬 공연 당시 커플 관람객이 지나친 움직임으로 애정 표현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뒷좌석 관객들의 시야를 가리고 소음을 유발한 것을 이유로 몇몇 관객들이 하우스 매니저에게 항의했다. 민원을 접수한 관계자가 해당 커플에게 주의를 줬고, 그들은 “뮤지컬이 처음이라서 몰랐다”고 사과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최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 내한 공연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한 관객이 공연 중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짐머만이 불편함을 표출하면서다. 당시 공연은 주최 측과의 대화 끝에 잘 마무리했지만, ‘앵콜’은 없었다.
이밖에도 커뮤니티에는 여러 종류의 ‘관크’ 사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을 줄인 표현이다. 주로 게임에서 결정적 피해를 입는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 ‘크리’(critical의 약어)를 차용해 공연 관람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커퀴(‘커플 바퀴벌레’의 줄임말, 과도한 애정행위·스킨십을 하는 커플을 의미), 수구리(좌석에 등을 떼고 수그린 채 앉아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 반딧불(공연중 휴대전화 불빛으로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찍사맨(작품이나 출연 배우를 직접 찍으려는 관객)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1년 공연 전체 매출액은 3071억원으로 전년(1721억)에 비해 약 1.78배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의 연간 매출액은 2346억원으로 전체 공연 매출의 약 76,4%를 차지한다. 이처럼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관객들의 관람 예절 역시 진화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관크는 공연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난제 중 하나다.
이 같은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연 전문 포털사이트 인터파크가 지난 2016년 공연 관람객 3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1%(374명)가 관람 방해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유형으로 '공연 중 벨 소리가 울리거나 전화를 받는 행위'(30.6%)가 꼽혔고 이어 공연 중에 대화를 나누는 행위(16%), 등받이에서 등을 떼서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행위(9%), 전자기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8.8%)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의 경우는 관람 중 피해를 주는 관객들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레이저 포인트로 관크족에게 불빛을 비춰 행동을 자제 시키고, 일본은 전파 차단기를 설치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공연장 주변에 ‘휴대전화 사용 금지’ 표지판을 의무화하고 공연 도중 벨 소리가 울리면 최대 50달러의 벌금을 물게 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예외 없이 퇴장조치 된다. 일본과 호주 역시 전파 방해 시설을 설치해 휴대폰 사용을 막고 있다.
끝없이 나오는 관크족에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와 같은 전파 차단이나 CCTV 설치, 벌금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거 전파차단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당시 전파법 관계 법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철거) 했던 사례가 전부다.
물론 규제보단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 향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지만, 더 질 높은 관람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제재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당연히 함께 공감하고 배려, 이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제재가 없다면 관크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공연장에서 제한된 인력만으로 수백명의 관객을 통제하는 덴 한계가 있다. 특히 직접 개개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행동이 자칫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서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