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책은행 지방 이전해야"
인수위, 구체화 방안 검토 나서
"이직 고민하는 직원 많아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부산 이전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업무 비효율과 인력 이탈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강조했던 부산 지역의 대표 공약이다. 당선 후 인수위도 산은의 부산 이전을 지역 균형 발전의 중점 사항으로 논의하겠다고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당선인은 최근 수은의 지방 이전도 직접 거론했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한 식당에서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과 만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도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사실 선거마다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비효율성 등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국책은행 이전을 계속 언급하면서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상 지역균형발전을 거론할 때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함께 검토돼왔다.
인수위 측의 최대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다.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워 서울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민간은행, 해외투자자들을 유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선제 작업으로 국책은행들부터 이전해 내재적 역량을 갖추자는 얘기다. 실제 부산은 2009년 문현지구가 특화금융중심지로 선정된 후 한국거래소와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의 금융공공기관이 이주해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각종 금융기관이 모인 서울을 벗어나면 수익원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이는 네트워크 효과와 경쟁력 등을 약화시켜 정책지원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업 구조조정, 투자은행 등이 대표 업무인 산은은 대부분 재원을 금융, 자본시장에서 벌고 있는데, 이 업무를 하던 여의도에서 벗어나면 수익원에서 멀어져 이익이 줄고 결국 정책 지원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무 비효율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업무를 위해 서울, 세종,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다. 산은, 수은 역시 이 같은 비용 부담, 업무 비효율에 직면할 수 있다.
젊은 직원들 중심의 이탈, 즉 국책은행 엑소더스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저연차, 결혼적령기인 직원 사이에선 생활환경의 큰 변화를 겪는 것보다 서울 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민간 은행과 성과급, 연봉 격차에도 불구하고, 산은 직원들은 여의도 내 국책은행 위상, 안정적 근무여건 등에 자부심을 가지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며 "지방 이전 얘기가 나오면서 실제 이직 고민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수협중앙회 지부를 중심으로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국익 훼손,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