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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유퀴즈’가 되새기는 ‘TV 토크쇼’의 역할


입력 2022.04.11 08:31 수정 2022.04.11 08:3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스타들이 이전에는 꺼내놓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출연자들의 진심 어린 사연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깊은 대화를 통해 울림을 선사하는 ‘토크쇼’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 이사장이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학폭(학교폭력) 방지 재단을 만든 사연을 털어놔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tvN 캡처

김종기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1995년, 27년 전에 사랑하는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학폭 때문에 자기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며 “아들이 5층 높이 아파트에서 떨어졌지만, 차 위에 떨어져서 살았는데, 다시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결국 사망했다”며 자신의 사연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가해 학생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한 명씩 만나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걔들이 벌벌 떨고 있더라”라며 “복수가 능사가 아니고, 하늘에게 맡기자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 죽음이 이 땅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 제2의, 제3의 대현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푸른나무재단 설립 이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방송 직후에는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의 사연에 대해 함께 안타까움을 표하는가 하면, 학폭 문제의 심각성에 동조하는 반응들도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유퀴즈’가 김종기 이사장의 사연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그의 이후 행보와 그 이유를 짚고 나아가 지금의 학폭 피해자를 향한 메시지까지도 진지하게 다뤄냈고, 이에 학폭에 대한 경각심까지도 끌어내면서 영향력을 보여줬다. 예능 토크쇼에서 이뤄진 짧은 토크지만, 질문과 대화의 깊이에 따라 다른 메시지가 창출되기도, 또 확장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 회차가 된 것이다.


‘유퀴즈’는 그동안 꾸준히 비연예인, 또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왔다. 김종기 이사장은 물론, 앞서는 지하철 택배원이자 블로거인 조용문 씨를 통해 도전의 의미에 대해 짚은 바 있다. 지하철 택배원으로 일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조용문 씨의 블로그를 통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가 하면, 그의 글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일반인 출연의 순기능을 보여줬었다.


이 외에도 다태아 분만의 최고 권위자 전종관 교수를 통해 임신과 출산의 몰랐던 이면에 대해 전달했으며, 최근에는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 씨의 기부 이야기를 통해 ‘베푸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사연으로 이목을 끌기보다는 다양한 소신과 생각을 가진 이들의 행보를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짚으면서 타인의 대화를 통해 배우는 토크쇼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스타들이 출연할 때도 이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작품 홍보, 또는 재미를 주는 데 방점을 찍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조성이 ‘유퀴즈’만의 특징이다. 이에 출연자들은 오히려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흥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활약 중인 조나단에게 자신의 인종을 농담 삼는 ‘암살 개그’를 시도하는 이유와 귀화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질문하며 그의 속내를 한층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었다. 이를 통해 늘 긍정적이고 밝은 조나단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하면서, 유튜브 콘텐츠들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줬었다.


최근 ‘쇼터뷰’를 비롯해 ‘터키즈 온 더 블럭’ 등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유튜브 토크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 역시도 웹콘텐츠만이 담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가벼운 욕까지도 서슴없이 담아내는 ‘터키즈 온 더 블럭’과 같이 ‘매운맛’을 내세우는 토크들이 흥하면서,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다루는 토크쇼들이 더욱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주는 즐거움을 전달 중인 ‘유퀴즈’의 행보가 더욱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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