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라우드, 로봇 등 네이버 기술 총망라
양팔로봇, 그림 그리는 로봇팔, 자율주행 로봇 등 '로봇실험'
의료진 갖춘 '부속 의원'도
네이버의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016년 착공을 시작한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컨셉으로 건축돼 로봇, AI, 클라우드 등 네이버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뽐내고 있었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을 찾았다. 네이버는 '실험과 도전의 가치'라는 특성을 잘 드러내기 위해 건축 초기 정자동 178-4 번지라는 주소에서 착안했던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건물명으로 지었다.
네이버 본사인 그린팩토리와 연결된 1784는 입장과 동시에 ‘페이스 사인’ 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다. 직원들은 사원증을 태그하는 대신 마스크를 쓴 채로도 얼굴인식만으로 통과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 초거대 AI ‘클로바’ 기술 덕분이다. 이 페이스사인은 업무지원센터, 네이버 부속의원, 식당, 편의점, 플랜트샵 그리고 루키 등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난이도 '힘 제어'도 척척…내 자리까지 로봇이 대신 택배 배달
먼저 죽전에서 1784로 이전한 로봇 연구소를 찾았다. 양팔로봇 ‘앰비덱스’가 서비스 로봇 ‘루키’의 표면을 소독해주고 있었다. 엠비덱스에는 ‘힘제어’ 등 고차원 기술이 집약돼있다. 특히 로봇이 위치 제어만으로 동작할 경우 안전성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힘제어 기술’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 간 상호작용 기능은 굉장히 까다로운 직업”이라며”사람과 하이파이브가 가능할 정도로 세심한 힘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가 연구 중인 드로잉로봇 ‘아르토윈’ 역시 이러한 힘제어 기술이 돋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의 붓터치를 학습해 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로봇으로, 태블릿 PC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안전하고 정밀한 힘 제어 로봇 기술과 사람의 운동지능을 학습하는 태스크러닝 기술을 접목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주목받는 자율주행 로봇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6층 업무지원센터에 위치한 로봇 택배 서비스 업무공간에서는 로봇 '루키'가 직접 택배를 운반해준다. 루키는 클라우드·5세대 이동통신(5G)·디지털트윈 기반의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로봇 딜리버리에는 택배 적재를 대기하는 루키들이 진열돼있었다. 직원이 택배를 찾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입력하면 루키가 수신인 목적지까지 알아서 배달해준다.
엘레베이터에 탑승한 루키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ARC)’에게 원하는 층을 전달하면 아크가 스스로 층을 호출해줬다.
특히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는 1784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로봇 서비스가 대중화될 미래의 빌딩 인프라를 가장 먼저 1784에 구현했다. 로보포트는 지하2층부터 옥상까지 전층에 걸쳐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로봇들의 수직 이동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출근 비율이 높은 편이라 로봇에게 택배를 많이 받고 있다”며”직접 내려가 택배를 수령해 가는 시간보다 로봇이 가져다 주는 게 시간도 빠르고 편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로봇 서비스의 빠른 네트워크를 위해 업계 최초로 5G 특화망(이음 5G)을 1784 전체에 구축했다. 루키는 택배를 시작으로, 도시락, 카페 등 1784에서 여러 서비스를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아파도 병원 갈 필요 없어요"…의료진과 AI가 함께 활약
1784는 이런 앞선 기술들을 뽐낼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건강도 책임진다. 4층에 위치한 네이버 부속 의원 ‘네이버케어’에는 수액주사실, 호흡기치료실, 영상 검사실, 물리치료실, 운동치료실 등 병원 부럽지 않은 진료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동시에 네이버는 이 부속 의원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클로바 헬스케어 기술들을 적용해 기존 병원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간소화했다. 가령 환자에 대한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면 AI 기술로 그에 따른 진찰 사항이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 및 EMR에 기록해 병원 내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오는 6월 네이버 직원들은 재택 근무를 종료하고 제2사옥 1784에 들어선다. 네이버는 이에 맞춰 새로운 업무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고려해 특정한 근무 방식은 강요하지 않을 방침이다.
1784에는 네이버 임직원 뿐 아니라 카이스트-네이버 하이퍼크리에이티브 AI 센터 연구원들과 D2SF 투자 스타트업 직원들도 입주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가 지난 2년간 전면재택 근무를 시행하면서 생산성과 업무 협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며 “오는 6월 이후 어떠한 근무체제를 도입할지 아직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며, 구성원들에게 특정한 근무체계를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