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부친이 부원장·원장일 때
봉사 경력 쌓고서 연달아 의대 편입
아들은 학부생인데 논문 저자 참여
'조국 사태'와 오버랩되며 논란 확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이 '조국 사태'와 오버랩되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6·1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의힘은 우려의 뜻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장을 지낸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부원장이던 지난 2016년에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했으며, 아들은 정 후보자가 병원장이 된 그 이듬해에 특별전형으로 역시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했다.
아들과 딸은 편입에 앞서 아버지인 정 후보자가 재직하는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 이력을 쌓았으며, 이렇게 쌓은 봉사활동 점수는 편입 서류평가에 반영됐다. 아들은 경북대 학부 시절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해당 논문 저자 중에서 아들은 유일한 학부생으로, 논문을 위해 석 달간 주 40시간 연구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공정과 상식'에 관한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조국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경북대병원 방문 등 공세 강화
박지현 "尹당선인이 조국에 들이댔던
잣대를 적용하는지 일단 지켜보겠다"
박홍근 "우정이라는 검증 통과했나"
호기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복지위·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경북대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회 복지위·교육위 소속 의원 7명은 전날 경북대를 찾아 홍원화 총장, 김용림 병원장, 박태인 의대 학장과 면담을 갖고, 정 후보자 자녀의 편입학 심사 관련 자료를 조속히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시 비리를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던 수준으로 하는지, 측근이라고 감싸고 덮어버리는지 일단 지켜보겠다"며 "만약 윤 당선인이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했던 잣대를 측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편입 전형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정호영 후보자는 우정이라는 인사검증은 통과했을지 몰라도 장관으로서는 자격미달이라고 함량미달"이라고 압박했다.
권성동 "일단 청문회 절차 지켜보자"
국민의힘, 공식적으로는 국회 청문회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우려 확산
당 지도부, 인수위에 우려 별도 전달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한 것이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호영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호영 후보자와 관련 "일단 청문회 절차를 지켜보자"며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 때 가서 결정하도록 하고, 청문회에서 국민들이 수긍한다면 그대로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 후보자 자녀 의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판 조국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수위에 별도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우려는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전문성이 있는 보건 분야에서 안 위원장의 조언을 듣지 않고 뽑은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왜 이런 의혹에 휩싸여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국 사태' 때 국민의힘으로 왔던 2030 세대가 '윤석열정부도 내로남불'이라고 판단해 이탈하게 된다면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