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200여명 참석…'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 및 대응 방안' 집중 논의
김오수·박범계 비판도 이어져…“정치적 사건, 국회 요구하면 매번 책임자가 답변?"
검찰, 文대통령에 호소 "국회의 시간 지나 대통령님 결단 시간이 온다면 충분한 논의 기회 달라"
20일 저녁 7시 전국 부장검사 회의 진행…사법연수원 31~32기 50여명 참석 알려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찰청 소속 평검사 대표 207명이 19일 저녁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평검사회의에 참여해 밤새 격론을 벌였다. 전국에서 평검사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회의는 형사사법제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법안 처리가 성급하게 진행될 경우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련됐다.
이날 회의 안건은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 및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며, 회의는 심형석 부산지검 검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헌법상 재판청구권 침해 등 우려가 있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폐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선 기소와 수사의 분리는 결코 글로벌 스탠다드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고, 기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서도 수사가 분리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들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 검찰이 자정해야 할 부분도 의견을 개진했다. 또한 검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토론했다.
이날 평검사들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후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정치권 등에 전하고자 하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전날 출근길에서 취재진들에게 “검수완박 대안 중 하나로 검찰총장이나 고검장, 지검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현안 질의도 하고 답변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성급했다고 인식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정치적 사건 수사 중 국회가 요구하면 매번 수사 책임자가 나가서 수사 사항에 대해 답변하라는 말인가. 수사 보안은 어쩌라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 낸 법안 관련 입장에서 “입법 정책적 결단의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자, 구승모 남양주지청장은 “‘입법사항’이라며 이 법안의 문제점에 눈감지 말고, 최고 법률책임자로서 법안의 문제점들을 국회에 말씀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평검사회의 공보 담당인 윤경 의정부지검 검사와 김진혁 대전지검 검사는 회의 전 언론 브리핑에서 “개정안은 내용과 절차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 대법원 등에서 광범위하게 지적되고 있다”며 “형사사법 현장에서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평검사들도 개정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은 후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취재진들이 “직접 수사의 필요성 있느냐”고 묻자, 윤 검사는 “보완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경찰에 보내고 때로는 직접 당사자를 불러 듣기도 한다”며 “보완수사로 관계자를 다시 불러 정리하면 못 들었던 내용도 듣고 전반적으로 이해도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내 부부장검사 52명은 단체 호소문에서 “개정안이 확정되면 그 결과는 대통령님께서 추구하신 ‘과정의 공정과 정의로운 결과’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다”며 “국회의 시간을 지나 대통령님의 결단의 시간이 온다면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남훈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현 정부가 추진했던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하려면,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등 경찰 개혁 작업을 먼저 완료해야 한다”며 “이후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평검사회의에 이어 전국 검찰청의 부장검사들은 2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에 참석한다. 사법연수원 31~32기에 해당하는 일선 검찰청 선임부장 등 각급 청 대표 50여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