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안건조정위 요구 계획
없다"더니…수시간만에 선제 제출
구성요구에 '무소속' 민형배 가세
'검수완박' 강행처리 의도 노골화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안건조정위는 법안 숙려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소수당의 무기인데, 다수당이 오히려 강행처리를 위한 무기로 선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법사위 소속 김진표 의원 등의 명의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요구서를 제출했다. 구성요구서 제출에는 이날 무소속이 된 민형배 의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생긴 제도다. 제1교섭단체에 소속된 의원과 소속되지 않은 의원 동수로 구성하며, 의결은 재적 3분의 2 이상으로만 가능하게끔 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법안은 최장 90일 동안 논의 기간을 보장한다.
애초에는 여야 동수이니 강행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90일 동안 법안을 묶어둘 수 있도록 소수당을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그런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선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선제적 강공의 배경에는 민형배 의원이 이날 민주당을 '위장탈당'해 무소속 지위를 획득한 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구성하는데, 제1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민주당 의원 3명으로 구성하고, 소속되지 않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2명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1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의원 3명에 민 의원의 가세로 재적 3분의 2를 만들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셈이다.
안건조정위원장은 관례상 안건조정위원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 민주당은 이를 염두에 두고 1947년생인 김진표 의원을 미리 법사위에 사·보임해뒀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안건조정위를 소집해 '검수완박' 법안의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제적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으나, 민주당은 불과 수 시간만에 선제적으로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절차를 준수하는 외견이라도 갖추려 노력하는 듯 했으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이탈로 민형배 의원이 '위장탈당'까지 하게 되면서 더 이상 겉치레를 갖추려는 노력은 접은 듯 하다"며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의도가 여실히 드러남에 따라 원내 상황은 극한 대치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