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인사청문회 둘째 날도 파행
‘자료제출’ 공방 계속...30분 만에 산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6일 둘째 날도 파행으로 끝났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 법정기한은 이날까지로, 지난 2015년 이한구 전 총리에 이어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두 번째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로 남게 됐다. 여야는 청문회를 다음 달 2~3일에 다시 열기로 협의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으나30분 만에 산회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전날에 이어 집단 불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간사인 강병원·배진교 의원만 각각 참석했다.
인사청문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인사청문회) 법정 기일을 지키는 오랜 국회 전통이 깨질 것 같아 국민께 죄송하다"며 "국회 운영은 여야가 따로 없다. 청문회 또한 야당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국민이 묻고 싶은 것만큼 야당 의원을 통해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회의가 중단됐고, 오늘 하루만 갖고는 어려워 새로운 의사일정을 양당 간사가 협의해서 새롭게 청문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민주당 간사의 요청이 있었다"며 "양당이 새로운 (인사청문회) 일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청문특위원장이 배려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민주당 간사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 송구스럽지만 국민께서 저희 당에 맡긴 책무가 아니라 국회에 맡긴 책무가 있다"며 "새 정부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과 상식을 잣대로 꼼꼼히 검증하라는 것이 책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의 검증 자료 제출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어제 한 후보자가 입장문을 통해 충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제가 예시로 든 딱 3가지에 대해서만 미흡하게나마 자료를 제출했다"며 "후보자가 진정으로 국회의 검증을 받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방대한 자료요청이 아닌 핵심사안에 한정한 자료요청으로 국민의힘과 합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핵심 사안에 대한 자료로만 한정해서 후보자 측에 요청하겠다"며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성일종 간사와 일정까지 함께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측은 한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 내역, 김앤장 고용계약서, 배우자 미술품 거래 내역 등의 제출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과도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민주당의 청문회 보이콧은 '자료 제출 부실'을 핑계로 '새 정부를 흠집내려는 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문회 파행 후 논평을 내고 "인사청문회가 이틀째도 파행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구성부터 훼방을 놓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별세하신 부모님의 부동산 거래내역, 50여년 전 사무관 봉급내역 등 애당초 불가능한 자료를 제출 요구했다"며 "애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 때 200~300건대의 자료 제출요구에 비해, 한 후보자에 대해 1000여건이 넘는 방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은, 트집 잡힐 만한 자료가 나올 때까지 청문회를 보이콧 할 빌미를 찾았던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청문회 보이콧은 새정부를 흠집 내려는 정략적 목적일 뿐"이라며 "민주당과 정의당은 속히 청문회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한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 제출했다. 여야가 청문회 날짜를 다시 잡기로 하면서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은 지켜지지 않게 됐다.
당장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법정기한 내 마치지 못한다면, 장관 제청권을 가진 총리인사의 공백으로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게 되고, 새정부 출범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15년 이한구 전 총리 때에도 여야가 일정을 두고 대치를 벌이다 청문회 날짜를 연기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김 수석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언제까지 이런 식의 국정 발목잡기로 국정 운영을 훼방 놓을 심산인가"라며 "국정공백 최소화와 원활한 국정 운영은 국민에 대한 예의다. 민주당은 독선과 고집을 버리고, 국리민복을 위해 총리 인사 청문회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한 후보자 청문회를 내달 2~3일 재개하기로 했다. 청문회 실시 계획 변경을 위한 회의는 27일 오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