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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㉞] 사건 내용 제일 잘 아는 수사검사가 기소도 할 수 없는 법안


입력 2022.04.28 05:26 수정 2022.04.27 22:30        이수일기자 (mayshia@dailian.co.kr), 김수민 기자

법조계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의 공소 제기할 수 없다' 조항 우려

수사 검사, 기소 못하는 구조…"다른 검사가 기소, 실효성 의문 들고 굉장히 번거로울 것"

"공수처 검사 수사·기소 같이 하는데…일반 검사만 수사권 없애면 균형 잃어"

"동일한 범죄사실에서만 수사 규정…추가 혐의나 증거 드러나도 보완수사 가능성 닫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연좌농성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본회의 통과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가 기소를 못하게 되는 구조를 우려했다. 동일한 범죄 사실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추가 혐의나 증거가 드러나도 보완수사 가능성이 닫힐 가능성도 걱정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수완박 개정안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원칙 ▲타 수사조직의 범죄 대응 역량을 조건으로 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 ▲특수부의 총량 규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기준으로 한 보완수사의 범위 한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검찰 수사범위를 기존 6대 범죄 중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두 가지로 제한하되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범죄 수사권은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뒀다. 오는 6월1일 지방선거에 대한 수사까지는 검찰이 직접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조계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의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에 우려하고 있다. 현재 수사 검사는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기소·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일반적인 사건은 수사 검사가 수사·기소를 하되 공소유지는 공판부 검사가 맡고 있는데, 검수완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되면 수사 검사는 기소를 못하는 구조로 변하기 때문이다.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수사 검사가 공소 유지는 할 수 있지만 기소를 못 하는 구조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수사 검사다. 현재도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은 수사 검사가 직접 법정에 서거나 공소 제기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이 연루되는 부패경제 범죄는 자료만 해도 수천만 페이지가 될 테고, 전문 지식도 필요하다”며 “본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되면 중대 범죄자들은 다 빠져나가 도망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해하기 힘든 구조일뿐만 아니라 수사한 검사가 수사 내용을 정리해 다른 검사가 기소하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굉장히 번거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의 박인환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와 검찰 내 검사는 같은 검사임에도 공수처 검사는 수사·기소를 같이 하는 반면, 일반 검사는 기소를 못하게 된다”며 “견제와 균형을 맞추려면 공수처도 다른 기관에 수사권을 넘겨야 하는데, 일반 검사만 수사권을 없애면서 균형을 맞출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검찰에겐 수사지휘권, 수사의 주재자를 둬 경찰을 통제해 왔는데, 검수완박 개정안 통과로 경찰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완수사가 아예 차단되는 점도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오킴스 최창호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사건의 단일성·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하는 것은 수사의 동적 성격에 비춰 타당하지 않고, 심판의 대상, 공소장 변경의 한계, 기판력의 범위에 관한 동일성 이론을 수사의 단계에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회장도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추가 혐의나 증거가 드러나도 수사할 수 없어 살인사건, 뇌물 사건 등의 보완수사 가능성이 닫혀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앞서 대검 형사부(김지용 검사장)는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일한 범죄사실’와 관련해 “범죄 엄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필요한 관련 범죄 수사까지 별건수사 프레임을 씌워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가령 이번 개정안 통과로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을 조사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발견해도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검은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 범위에 있었다가 개정안에서 제외된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 등도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패·공직자 범죄를 나누기가 어려워 오는 9월이면 대장동·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공직자범죄와 관련 있는 부패범죄 수사마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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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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