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도시, 대선 전·후 상승폭 3배 이상 높아져
“신도시 재정비, 실제 시행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것”
“다만, 안전진단 등 시장 현실 맞게 조정될 가능성 높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부동산 공약 이행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재건축 안전진단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등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수위는 최근 경기도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을 중심으로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재건축 안전규제 완화, 용적률 500%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장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대선 이후 단지별로 부동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선거 전·후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가장 급격히 변한 곳은 1기 신도시 일대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올해 대선 전까지 약 2개월(1월1일~3월9일) 동안 0.07%의 미미한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대선 이후 약 2개월(3월10일~4월22일) 동안은 0.26% 오르며 상승폭이 3배 이상 높아졌다.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200% 수준으로 향후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300~500% 수준까지 용적률이 늘어날 경우 재정비 이후의 전체 아파트 물량은 40~50만가구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일대에 10~20만가구의 아파트가 추가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윤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아파트 가격(시세)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선 이후 1기 신도시 일대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인수위에서는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어선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은 노후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투자 수요를 이끌 수 있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재 인수위의 규제 완화 속도를 두고 성남 분당과 군포 산본,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즉각 불만을 쏟아냈다. 이미 일산신도시 내 대표적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들은 인수위의 ‘재건축 속도도절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중장기 검토과제라는 표현에 대해 오해가 있어 정정한다”며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으로,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혼란 등을 막기 위해 3기 신도시 이주 전용 단지 확보 등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 발표되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신도시 재정비 관련 공약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살펴보면 용적률 상향 등 특별법으로 진행한다는 건데 이를 단기간에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적정한 기반시설은 물론 교육시설 등 전체적으로 손봐야할 부분들이 많아 순차적인 이주와 재정비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연구원은 “다만 대표적인 재건축 대못으로 꼽혔던 안전진단 절차(구조안전성 비중) 강화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서울과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산 가치에 대한 재평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수위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제한 발언을 두고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체적으로 1기 신도시에 대한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방향성만을 강조하면 시장 기대심리만 커진다”며 “때문에 새 정부의 출범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비사업으로 대표되는 서울·수도권의 부동산시장에 변화요인을 가할 필요가 없다. 실질적인 정비사업추진계획이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