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황 주시…사실상 與 손 들어줬단 해석
귀책 사유 野에 있다 보고 거부권 행사 안 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여야의 합의에 따라 관련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자신의 의중과는 달리 국회 상황이 흘러가면서, 다가올 '대통령의 시간'에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합의를 뒤집은 만큼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검수완박'의 핵심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28일 0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종료됐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바로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이 남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다음 달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해당 법안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시간표대로 진행된다면, 다음 달 3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기초로 여야 합의 처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를 무산시킨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사실상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안 관련 발언에 대해 "중재안이 현실적으로 실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언론과 야당이 비판하는 절차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최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막판까지 국회의 합의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로 해석되는 동시에,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귀책 사유가 국민의힘에 있다고 보고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문 대통령을 향한 '거부권 행사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 공세가 거세지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 장제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이렇게 위헌적이고 다수가 밀어붙인, 국민이 원하지 않는 국회의원·공직자에 불(不)수사 특권을 주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본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국무회의에서 직접 해당 법안을 의결하는 것도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동조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과 법안 처리 시기를 고려해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기 국무회의가 아닌, 내달 4일이나 5일께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