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역할 재조정 관건
친시장적 감독 기조 마련 기대감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금융당국 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축으로 한 시스템이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해 왔다는 지적이 계속돼 온 만큼, 역할 재조정이 이뤄질 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보다 친시장적인 금융당국 기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는 금융당국의 검사·제재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금융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금융감독의 시스템 재편 논의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를 출범시킨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들장한 단골 이슈다.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정부 조직 통폐합 과정에서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합쳐 금융위를 구성했다.
이후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기능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금융위는 금융제도와 감독의 결정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실상 현장 감독권을 독점하며 시장에서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았다.
인수위가 공개한 국정과제를 기반으로 보면, 새 정부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기관 사이의 역할을 확실히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캠프 때부터 금융 정책 공약의 전반을 조정하고 점검해 온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앞서 발의해 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런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장의 금융위 위원 겸직을 제한하고 국회가 대통령에게 금감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결국 금감원의 지나친 권한을 제한하고 금융위를 확실한 금융당국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친시장적 관점의 금융감독 체계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인수위가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르는 대형 금융 사고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의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어서다. 내부통제는 ▲영업의 효율성 ▲재무보고의 신뢰성 ▲법규·규정 준수 등 조직 목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 자체적으로 제정, 구성원들이 이행해야 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구조 손질이 빠르게 단행되긴 힘들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부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금융당국 역할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새 정부 초기부터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다른 실무적 쟁점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