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캐파 1위 삼바로직스 첫 파업 위기…글로벌 '공급망 셧다운'→중국만 호재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3.30 15:00  수정 2026.03.30 15:20

전날 투표서 찬성표 95% 확보…5월 1일 파업 예고

임금 인상률 두고 노조 14% VS 사측 6.2% 대치

타결 여지 남아있어…파업시 생산 차질은 불가피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24시간 무중단 공정이 필수적인 바이오 제조 특성상 오는 5월 1일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대규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위탁한 해외 빅파마들은 공급망에 비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뢰에 큰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지난 29일 오후 종료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의 95.38%가 참여, 95.52%의 찬성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오는 4월 21일 또는 22일 사업장 집회를 거친 뒤 5월 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임직원의 75% 가량인 3689명이 가입한 노조에서 95%가 넘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사실상 전 조직적인 파업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당,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사측은 6.2% 수준의 임금 인상을 제시한 상황이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또한 그룹의 가이드라인인 영업이익 10% 혹은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20% 수준을 내세웠다.


노조 측은 이번 결과의 배경으로 누적된 구조적 불신을 꼽았다. 박재성 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 등 그룹 내 타 계열사의 교섭 결과와 대동소이하게 결정되는 보상 관행이 반복되면서 이것이 우리(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간극이 크다”며 “수치를 떠나 이번 결과는 업계 1위 기업 위상에 맞는 독자적인 보상 체계 수립을 원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 결정 시 사전 동의’ 조항이다. 노조는 분할이나 합병 등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할 때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 전반에도 사측이 노조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요구가 지난해 발생한 내부 인사 문건 유출 사태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인사 문건 유출로 드러난 직원 처우에 불리한 제도 변경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노조가 전면에 나서서 경영을 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런 부분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경영권과 인사권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현재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오는 5월 1일 파업이 실제로 강행될 경우 발생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역량(CAPA)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현재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7곳 이상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누적 수주액은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미세 공정으로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적이다. 5월 1일 실제 파업이 진행돼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될 약물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공급망 셧다운’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고객사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CDMO 기업 특성상 ‘신뢰도’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DMO 사업의 핵심 가치는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 있다. 파업으로 인한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이 향후 물량 배정 시 한국의 노사 리스크를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중국 CDMO 기업들이 빠른 증설로 글로벌 생산 순위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 고조된 내부 갈등이 향후 수주 경쟁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 측은 파업 전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집회나 파업 등 단체 행동은 결국 회사의 성실한 교섭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며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성실한 교섭 안건을 가져온다면 언제든지 대화로 복귀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부 일정을 수행하는 존 림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노사 간 비공식 협상 및 추가 교섭이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임금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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