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기호 없이 후보자 순서 번갈아 매기는 '교호순번제' 적용
투표용지 인쇄 후에는 단일화해도 '표심 응집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보수진영 "인쇄된 후에는 단일화 돼도 누가 사퇴 후보인지 알기 힘들어"
"사퇴 후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찍게 될 수도…후보 이름 알리기 시점에 아직도 단일화 안 돼 암담"
6·1 서울시교육감 선거 보수진영 단일화 논의가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일 교육감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단일화를 해야하는 이유가 이른바 '교호순번제'를 적용받고 있는 투표용지에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투표용지에 정당·기호 없이 후보자 순서를 번갈아가면서 매기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되다 보니 투표용지가 인쇄된 후에는 단일화가 돼도 '표심 응집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감 선거는 단체장·의원 선거와 투표용지부터 다른 부분이 있다.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기호 순서대로 표기되는 것과 달리 투표용지에 기호나 정당명이 기재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는 투표용지에 정당·기호 없이 후보자 순서를 번갈아가면서 매기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된다. 후보 3명이 출마했다면 이름을 서로 다른 순서로 배치한 A형, B형, C형으로 배열해 선거구별로 다른 투표용지가 배부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A형 투표용지는 백두산-한라산-설악산 순으로, B형은 한라산-설악산-백두산, C형은 설악산-백두산-한라산 후보 순으로 배열된다. 기호에 따라 이름을 세로로 열거하는 정당 투표와 달리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을 가로로 나열하는 방식이다.
교호순번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상단의 후보에게 투표해 기호 1~2번이 선출되는 '로또선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도입됐다. 실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선 일부 유권자들이 첫 번째 후보를 여당으로 인식해 표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의 후보자 이름 배열을 기존의 세로 나열식에서 가로 나열식으로 바꿨다. 당시 논의 과정에선 투표용지를 원형으로 만들어 후보자들의 이름을 부채 살대처럼 배열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투표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투표용지 인쇄 후에는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표심 응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보수진영 각 후보들은 투표용지에 '사퇴'라는 표시 인쇄가 가능한 오는 19일까지 단일화를 해야만 하는 촉박한 상황이다.
보수진영 교육계 관계자는 "투표용지가 인쇄된 이후에는 단일화를 하더라도 누가 사퇴 후보인지 알지 못하고 찍게 되는 등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서 "지금 쯤은 후보 이름 알리기에 한창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으니 암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