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인구·가족·아동 문제 챙기는 새로운 부처 역할 정립"…타 부처와의 기능 조정도 언급
전문가 "기존 여가부 형태는 일단 없앨 것, 여성정책은 유지…인구 관련 위기 관리 부처로 거듭날 것"
"여성정책 폐지 아닌 만큼 부처 기능 조정식으로 갈 것…여당 발의 법안 중심으로 여가부 역할 할 것"
여가부 폐지 법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다수인 상황서 당장은 국회 입법화 및 통과 어려워
김현숙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취임하면서 향후 부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국민의힘에서도 '여가부 폐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국회 입법화와 통과가 어려워 당장 법적으로 폐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여가부 형태는 그 어떤 식으로든 없애면서 인구·가족·아동 문제 등을 챙기는 새로운 부처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01년 설립된 여가부의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젠더 갈등 해소가 미흡했고,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특히, 여가부 개편 방향과 관련해 "인구, 가족, 아동 문제를 챙기며 (여가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겠다"며 "인구, 가족정책 관점에서 부처의 모델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아울러 "여가부의 업무를 다른 부처에 이관하는 게 아니고 통합하고 일원화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타 부처와의 기능 조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가부를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은 '행정각부'에서 여성가족부를 삭제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여가부의 업무 중 노인, 청소년 등 가족에 관한 사무 일부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등 여가부가 맡았던 기존 업무는 법무부와 행안부 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로 이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여가부가 타 부처와의 기능 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관의 말이 부처의 업무 방향이라고 봐야 하는데, 기존 여가부 형태는 일단 없앨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다고 해서 여성 정책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인구 반이 여성인데, 여성 정책을 배제할 수 없다. 인구와 관련한 위기를 관리하는 부처를 새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김현숙 장관도 여러 번 인구 가족 정책과 관련한 얘기를 한 만큼 여가부가 새로운 기능을 하는 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출생률이 0.8인데 새롭게 떠오르는 인구 문제와 연관된 정책을 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복실 여가부 전 차관은 "김현숙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여성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부처 기능을 조정하는 식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여가부 업무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당이 발의한 법안 중심으로 여가부가 역할을 할 것 같다. 다만 이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 과정이 필요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를 폐지하는 방안이 당장 입법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처 폐지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하는데, 법안 부결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속에서 국민의힘 의석만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인순 국회의정연구원 겸임교수는 "부처 폐지나 여성정책 타 부처 이관 모두 법 개정을 거쳐야 이뤄질 수 있어 여가부 폐지 공약이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