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만 네 번째로 초청된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해외 관객들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8일 오후 8시 30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영광스럽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이유진 대표님과 CJ ENM 관계자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희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같이 왔다. 큰 선물이 된 것 같아 기쁘고 이 트로피에 영광과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그동안 칸 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배우였다. 지난 2006년 영화 ‘괴물’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 등 다수의 작품으로 여러 차례 칸을 찾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기상과는 인연이 쉽게 이어지지 못했다. ‘브로커’ 이전 경쟁 부문에만 세 번 초청이 됐지만, 모두 작품 또는 감독상에만 그치며 개인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밀양’으로는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박쥐’는 심사위원상, ‘기생충’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었다.
특히 ‘기생충’ 공개 당시, 전원 백수로 살길은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꼽혔었다. 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기택의 면모를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로 표현하는가 하면, 후반부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면서 ‘기생충’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던 것. 그러나 많은 이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수상이 불발되며 아쉬움을 남겼었다.
결국 일곱 번째 찾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 ‘브로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을 연기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국내 대표 배우 송강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이 영화에서도 송강호 특유의 완급 조절이 빛났다. 베이비 박스를 계기로 얽히게 되면서 끈끈한 정을 쌓아가는 동수(강동원 분), 소영(아이유 분), 우성, 해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가장 역할을 소화하며 극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입양 현실, 나아가 생명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만큼 극이 진지해질 때도 있는데, 이때 송강호의 현실감 넘치는 코미디 연기가 숨 쉴 틈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입체적인 연기를 통해 이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단역으로 영화계에 데뷔, 이후 ‘초록 물고기’, ‘넘버3’, ‘조용한 가족’,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괴물’, ‘우아한 세계’, ‘박쥐’, ‘의형제’, ‘밀양’, ‘설국열차’, ‘택시 운전사’, ‘기생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송강호의 연기력을 이제는 전 세계 관객들도 알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