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성된 출판물, 도서관 납본 대상서 제외하는 법안 발의
'제재' 노력에도…디테일한 '기준' 마련 시급
지난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1년 동안 약 9000권의 책을 출간한 루미너리북스는 출판 시장에 큰 숙제를 남겼다. 책의 가치 하락 우려에 더해 이 방법이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보상금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납본 제도는 도서 출간 시 법정 기관(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의무적으로 일정 부수를 제출해 문헌을 수집‧보전‧전승하는 제도로, 이때 출판사는 납본 도서 한 권의 값을 보상금을 받는다. 즉 한 출판사가 AI로 1만권의 책을 출간하면 약 1억원의 납본 보상금을 받는 셈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보상금은 2021년 14억 4212만원에서 2024년 16억 3597만원으로 13.4% 증가했다. 지난해 납본 보상금 규모는 알 수 없으나, 국립중앙도서관이 발급한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건수가 41만 9543건으로 전년 대비 13.5% 상승한 것을 토대로 ‘최대치’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미너리북스는 “당사는 국립중앙도서관을 통해 납본 제도를 통한 보상금을 수령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AI 출판으로 인해 출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추후 납본 보상금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결국 이른바 ‘딸깍 출판’으로 불리는 AI 출판물을 향한 ‘제재’가 시작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납본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히며 AI 출판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ISBN 발급 건수가 평균 이상인 출판사에 대해선 납본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보상금 제외를 가능하게 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될 예정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로 생성된 출판물을 도서관 납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도서관법과 국회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는 AI 생성 자료를 구분하거나 납본을 거부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실무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 없이 생성된 ‘인공지능 생성자료’의 정의를 신설하고 이를 납본 의무 대상과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AI 생성 여부를 숨기고 납본할 경우 해당 자료 정가의 3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포함했다.
이에 앞서 AI로 만든 콘텐츠는 AI 사용 표기를 의무화가 명확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딸깍 출판’이 화제가 되자, 온라인상에서는 독자들이 AI 출판물 및 AI를 적극 활용하는 출판사들의 목록을 직접 공유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독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 라벨링 의무화’ 조항이 포함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관련 시행령 제정안을 공개하고 40일간 입법예고에 들어갔으나, 결국 ‘실효성’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AI가 쓴 책이지만 라벨링을 하지 않은 경우, 검증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많은 출판인이 제작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곤 하는데, 이때 어디까지 표기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근본적으로는 AI 활용 이전, 출판인을 ‘보호’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 도서 등이 활용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이를 막는 것도, ‘정당한’ 보상도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즉, AI 활용이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이뤄지면서 생긴 여러 구멍을 빠르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
공통적으로는 AI를 활용하거나,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선 ‘설명 의무’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귀결됐다. ‘투명한’ 공유를 통해 AI 활용의 장점 또는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 추후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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