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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자책골’ 울어버린 우크라이나, 패배 속에도 전한 울림


입력 2022.06.06 08:46 수정 2022.06.06 08:5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월드컵 유럽 PO 결승] 주도권 잡고도 전반 야르몰렌코 자책골로 0-1 패

웨일스전 자책골 기록한 안드리 야르몰렌코. ⓒ AP=뉴시스

결의를 다졌던 우크라이나가 64년을 기다려온 웨일스에 꺾였다.


우크라이나는 6일 오전 1시(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웨일스에 0-1 분패했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 꿈도 깨졌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피눈물 흘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월드컵 티켓으로 큰 위로를 보내려 했지만, 1958 스웨덴월드컵(8강) 이후 64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간절히 바라왔던 웨일스를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웨일스는 카타르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이란·미국이 속한 B조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경쟁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전장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뛰어야 한다”, “축구 인생 최고의 경기로 만들겠다” 등 비장한 각오와 함께 결의를 다지고 경기장에 나선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은 대단했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웨일스도 승리에 대한 집념은 뜨거웠다. 가레스 베일은 경기 전 “우크라이나를 꺾으면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축구는 축구다. 우리도 간절히 월드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에는 우크라이나가 분위기를 잡았다. 웨일스가 골문으로 근접할수록 선수들은 몸을 던져 막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무조건 막자’는 투지로 달려들었다. 하나로 뭉친 우크라이나는 더 단단해지며 주도권을 잡았다. 점유율도 70%에 가까웠고, 20회 이상의 슈팅도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웨일스 보다 2배 이상 많은 패스로 신중한 경기를 이어갔다.


꼭 잡을 것만 같았던 분위기는 의외의 상황에서 무너졌다. 전반 34분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프리킥을 시도한 베일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우크라이나 공격수 안드리 야르몰렌코 머리에 맞고 우크라이나 골문을 갈랐다. 통한의 자책골이다. EPL 무대에서 골을 넣고 ‘추모 세리머니’로 큰 화제가 됐던 선수가 기록한 자책골이라 더 안타까웠다.


웨일스전에서 패배한 우크라이나. ⓒ AP=뉴시스

충격 속에서 0-1 뒤진 가운데 후반을 맞이한 우크라이나는 주저앉지 않고, 여러 차례 골문을 두드렸다. 정말 골이 터질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우크라이나는 거친 플레이까지 펼치며 골을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지만, 추가시간 5분을 다 쓰고도 동점골을 넣지 못하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책골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야르몰렌코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선수들은 눈물로 그를 감쌌다. 우크라이나 국민과 우크라이나를 응원한 축구팬들도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기다렸던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월드컵 티켓으로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려고 했던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진심 축구’는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좌절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물론 전쟁을 반대하고 규탄하는 모든 이들에게 더 큰 울림이 됐다.


한편, 경기 후에도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전쟁 중단 촉구’ 메시지는 이어졌다.


올렉산드르 진첸코는 경기 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키퍼가 너무 잘했다. 우리가 질만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축구”라며 “패배는 아쉽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전쟁 중단과 평화를 위해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계속 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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