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공천 혁신 운운 이율배반적"
권성동도 "출범 성급했다" 혁신위 비판
이준석 "어차피 기차는 간다" 응수
공천 개혁, 차기 당권 맞물려 격화될 듯
5선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SNS로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및 혁신위원회 설치를 두고 물밑에서 끓고 있던 불만을 친윤 맏형이자 무게감 있는 중진이 공론장으로 끌어 올리면서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정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내심 탐탁치 않아 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에 대해서도 "혁신·개혁·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적었다. 하나회 청산 등을 감행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해 응수한 셈이다. 이어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며 정 의원을 향한 발언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윤핵관'으로 통하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설전에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하다는 증거"라며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혁신위에 대해서는 "구성부터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어떠한 아이템을 논의할 것인지 협의했어야 했다"면서 "성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정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차기 주도권 놓고 '키맨' 파워게임 본격화
이 대표를 둘러싸고 당내 다양한 전선이 있지만, 본질은 차기 당권과 연계된 22대 총선 공천권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혁신위를 통해 22대 총선 공천에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이 대표와, 이를 제지하려는 차기 당권 주자들의 견제라는 것이다. 집권여당이고 무엇보다 지선을 승리했다는 점에서 야당만큼 첨예하진 않겠지만, 차기 권력을 놓고 키맨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물밑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권 원내대표와 정 의원 모두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며,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당내 싱크탱크'를 표방한 의원 공부모임을 준비 중이다. 재보궐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 안철수 의원도 외교 분야 국가 비전을 논의하는 포럼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윤리위 징계 논의를 눈여겨보고 있다. 윤리위의 결정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직결돼 있어 당권 주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표는 "떳떳하다"며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내년 보궐선거가 확정된 전북 전주을 승리를 목표로 내세우고, 47개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제가 지선 끝나면 (대표를) 그만두고 유학을 갈 것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누군가의) 희망사항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며 "제가 떳떳하지 않고 그런 게 있었다면 강용석 후보의 복당을 받아주는 게 제일 편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