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1주차 4경기 모두 셧아웃 패..캐나다에도 져
세대교체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시적 혼란?
랭킹 끌어올리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도 어려워
‘리더’ 김연경이 빠진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세계랭킹 16위)이 4경기 연속 셧아웃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45·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서 펼쳐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4차전에서 캐나다(세계랭킹 15위)에 0-3(21-25 13-25 16-25) 완패했다.
앞선 3경기보다 범실은 줄었지만 공격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다득점이 7점(이선우 강소휘)에 그쳤다. 상대전적에서 압도적 우위(15전 전승)를 점했던 캐나다를 상대로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대표팀은 4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 2일 일본(세계랭킹 7위), 4일 독일(12위), 5일 폴란드(10위)에 0-3으로 졌던 한국 여자배구는 1주차 4경기에서 단 한 세트로 따내지 못하는 굴욕적인 패배를 이어가며 꼴찌(16위)에 자리했다. 1위는 4전 전승(승점11)의 일본.
4전 전패로 승점이 없는 팀(도미니카공화국-네덜란드)은 있지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강호들과의 대결이 많았던 도미니카공화국-네덜란드와의 비교도 사실 곤란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썼던 ‘옛 스승’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폴란드)은 3차전에서 한국을 완파한 뒤에도 활짝 웃지 못했다.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김수지 등 30대 초중반 베테랑들이 빠진 대표팀에는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군 멤버는 3명(박정아-김희진-염혜선)뿐이라 이번 대회에서 고전은 예상했다. 그러나 지더라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도전이 되어야 하는데 무기력한 고전만 이어가고 있다. 곤잘레스 감독이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다는 악재를 감안해도 심하다.
세대교체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시적 혼란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2주차 경기에서는 터키 등 강호들을 연거푸 만난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브라질로 이동해 오는 16일부터 2주차 예선을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세계 9위)을 시작으로 세르비아(세계 5위), 네덜란드(세계 11위), 터키(세계 4위)와 격돌한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면서 “파리에서는 후배들이 좀 더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끌어올린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더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랭킹을 끌어올려야 파리올림픽 진출에 유리한 한국 여자배구가 자신감을 잃고 주저앉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반 대등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반 이후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위기에서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고비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리더의 부재가 안타깝다.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어떤 흐름에서도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김연경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