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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에 산업계 위기감 고조…정부 대응 촉각


입력 2022.06.07 11:40 수정 2022.06.07 11:4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제조업계, 대체운송수단 마련 등 대응 분주

철강‧화학 등 물류차질 장기화시 제조업 전반 타격 불가피

정부 '안전 운임제' 관련 합리적 중재안 내놔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화물터미널에 주차된 차량에 총파업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산업계 전반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직격탄을 맞을 곳으로 유통‧건설업계가 지목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과 수출입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과 경기 의왕ICD,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경북 구미 성안합섬 앞, 포항 포스코 정문 앞, 대전 한국타이어 앞 등 물류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파업 집회에 나섰다.


본사가 파업 집회 장소에 포함된 포스코와 한국타이어의 경우 당장 화물연대 조합원들로부터 물류 봉쇄 등의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물리력 행사 없이 집회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료수급 및 제품 운송에서 트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비노조원 차량 비중을 높이고 대체 운송수단을 물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선박 및 철도 전환 출하 등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 중이며, 일부 긴급재는 사전출하 및 운송사 별도협의를 통해 고객사들의 수급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물류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 이슈인 ‘안전 운임제’와 관련해 화물연대와 화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계 전반으로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공급되는 원자재 물류가 막힐 경우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전방 산업까지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화물운송 종사자 전체의 이해관계가 달린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화물연대 소속 종사자는 물론 비노조원들도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고 있어 대체차량 섭외가 쉽지 않다”면서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비상이 걸린 곳은 수출입 업체들이다. 해외 계약 물량을 약속된 시점에 공급하지 못할 경우 신용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우 존폐 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의 거래에서 국내에서 발생한 물류 차질은 계약 불이행의 사유가 되지 못한다”면서 “하루 이틀이야 견뎌보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바이어들이 다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 파업이 예고된 지난주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군위탁 컨테이너 차량 등 대체운송수단 수요조사도 실시해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이준봉 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화주들의 피해상황과 관련 동향, 애로사항,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 등을 파악해 대응하고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확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기업들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오후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주재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비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한 긴급 비상수송대책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부산항 등 주요 항만과 주요 물류 기지 등을 대상으로 비상수송대책을 수립하고, 군·지자체·물류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군위탁 컨테이너 차량 등 관용 차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비상수송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안전 운임제와 관련된 논란을 근본적으로 정리하지 않는다면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물연대는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함께 일몰제(3년 시한)로 도입된 안전 운임제 폐지를 철회하고 상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류비 급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안전 운임제가 일몰될 경우 화물운송종사자들이 과로·과적·과속 운전에 내몰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물류비가 30~40%씩 올라 부담이 크다는 점 ▲안전 운임제로 인해 장기‧대형계약을 통한 화주의 물류비 절감과 운수업체의 안정적 수요확보라는 시장기능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 제도의 일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칼자루를 쥔 정부가 화물연대와 화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비상수송대책으로 당장 시급한 물류대란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차주들의 어려움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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