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의원의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공천 비판',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등을 두고 이틀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한다"고 비판했고, 이 대표는 "내로남불"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받았다며 '육모방망이 모양' 철퇴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우크라이나 의원님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다"며 "코자크 족 지도자가 들고 사용하는 '불라바'라는 철퇴라고 설명을 들었다. 자유의 영원한 존립을 위해 잘 간직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한 우리 외교 안보라인의 우려를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었다. 정치 선배의 우려에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나"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지방선거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앞서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얘기였다"며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도지사 선거거 위험하다는 얘기가 들어왔지만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다"고 적었다. 이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의원은 "이 대표는 '당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言路)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왔나"며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즉각 반격했다. 그는 "왜 이런 비판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냐고 하시는데, 남을 저격할 용기는 본인도 저격당할 용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 의원이 제기한 정미경 최고위원의 이른바 '당협 쇼핑' 논란에 대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수원 지역구 조정으로 서초 등에 지원한 바 있고 이번에도 성남 분당에 지원해 조강특위 경쟁 이후 통과된 상태"라며 "분당에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 의견을 조강특위에 제시하면 된다. 정 최고위원이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도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저는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우리 당의 취약점, 어디에 말하기 어려운 치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봤다"며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또한 이 대표는 자신이 공천 개혁을 위해 발족한 당 혁신위원회에 대해 정 의원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자 "적당히 하라"고 응수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재형 혁신위원장, 천하람 혁신위원을 두고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는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재형 의원님과 따로 식사 한 번 같이한 적 없다. 혁신위 흠집 내자고 사람을 흠집 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