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액 6조3000억원…UAM 법인 슈퍼널 중심 사업 추진
韓 투자액 8조9000억원…RAM까지 영역 확장
인프라, 항공교통 법규 등 해당국 정부와 '팀플레이' 관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로보틱스와 함께 그룹 미래 먹거리의 3대 축 중 하나로 지목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의 첫 상용화 무대가 어느 지역이 될지 관심이다.
현대차그룹의 ‘안방’인 한국과 미래 교통수단의 수용성이 높은 미국이 유력하게 지목되는 가운데, 인프라 구축과 항공교통 관련 법규 정비 등 해당국 정부와의 ‘팀플레이’가 원활한 지역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과 관련,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며 정부 차원의 UAM 시범사업 및 상용화 스케줄에 대비하고 있다. 두 지역은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양산설비가 대규모로 갖춰져 있어 UAM 상용화시 양산 체제 구축에도 유리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회동에서 미국에 2025년까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미국을 UAM 사업의 주 무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 발표와 함께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를 처음으로 공개한 무대도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이었고, 당시 정의선 회장은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와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2028년까지 UAM을 상용화하겠다는 구체적인 스케줄을 밝히기도 했다.
그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UAM 사업 관련 독립 법인을 설립하고 전기 수직 이착륙장치(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의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독립 법인의 이름을 ‘슈퍼널’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 기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정의선 회장의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계획 발표가 이뤄지면서 슈퍼널의 UAM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인프라 구축과 항공교통 관련 법규 정비 등 제반 조건만 갖춰진다면 한국 시장이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에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1단계 실증 사업을 통해 안전성 검증과 적정 안전기준 마련, 업계 시험‧실증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1단계 실증 사업에 KT,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현대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할 예정으로, 지난달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UAM 사업 추진에서 상당부분 진척을 이룬 상태라 정부 및 연관 기업들과 팀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UAM 시장을 선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그 중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의 항공 모빌리티 사업은 UAM보다 더 넓은 범위인 AAM으로 확장된다. AAM은 UAM에서 한발 더 나아가 RAM(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UAM이 도심 내 운행되는 수직이착륙 기체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면 RAM은 주요 도시·지역 거점 간 이동을 위한 친환경 기체 개발 영역을 뜻한다.
UAM에 비해 긴 운항 거리를 소화해야 되는 만큼 RAM은 용량에 한계가 있는 배터리만으론 충분치 않다. 이를 감안해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시스템과 배터리를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콥터 드론 ‘프로젝트N’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프로젝트N에 대한 동력 테스트와 비행 시험을 통해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RAM 기체 개발 가능성을 실증한 상태로, 지난 2월 감항인증 기준을 통과해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 항공기로 등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UAM은 3차원의 공간을 무대로 하는 모빌리티인 만큼 기체 제조사의 개발‧양산능력 외에도 관련법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이착륙장을 중심으로 한 교통 연계 시스템 등 다양한 민관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런 조건들이 빠르게 갖춰지는 곳이 UAM의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