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K "캐스팅, 엄격한 오디션·원작사 승인 아래 진행"
옥주현, 추측성 게시글에 '고소' 진행 중
뮤지컬 ‘엘리자벳’이 공연을 두 달여 앞두고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다. 옥주현과의 친분을 고려한 ‘인맥 캐스팅’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라 나오면서 제작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옥주현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8월 개막하는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 옥주현·이지혜가 주인공인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으로 더블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올해는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일뿐더러 이번 버전으로서는 마지막 공연인 터라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라인업 공개 이후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엘리자벳’ 역으로 익숙하던 김소현이 아닌, 이지혜가 캐스팅 된 것을 두고 옥주현과의 친분 덕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심지어 김소현은 전작 ‘마리 앙투아네트’ 출연 당시 10주년 ‘엘리자벳’을 위해 1년 전부터 스케줄을 비워두고 있었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뮤지컬 배우 김호영의 SNS 글이다. 그는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올렸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김호영이 언급한 ‘옥장판’이 옥주현을 겨냥한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EMK는 공식 입장을 내고 모든 캐스팅은 엄격한 오디션과 원작사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EMK는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포함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른 강도 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새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해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이어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역시 실력파 뮤지컬 배우다. 이미 그는 ‘지킬앤하이드’ ‘레베카’ ‘팬텀’ ‘베르테르’ ‘안나 카레니나’ ‘프랑켄슈타인’ ‘스위니 토드’ ‘드라큘라’ 등에서 주조연 캐릭터를 맡아오면서 차근히 실력을 입증해왔다. 이번 ‘엘리자벳’ 캐스팅은 제작사·원작사의 선택이고, 그 자리에 맞는 인물이라는 건 배우 스스로가 입증하면 될 일이다.
옥주현의 입김으로 인한 캐스팅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번 이지혜의 주인공 캐스팅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는 것이 장기적인 공연계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뮤지컬계는 그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10년간 주조연급 캐스팅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업계의 관행 속에서 EMK뮤지컬컴퍼니가 도전적 캐스팅을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공연된 뮤지컬 ‘팬덤’에선 크리스틴 역에 김소현과 임선혜·이지혜를 캐스팅하는 동시에 신인 배우 김수를 합류시키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데뷔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는 건 배우 중심의 티켓 소비가 일반화되어 있는 국내 뮤지컬 업계에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움에도 도전에 가까운 시도였다. 제작사 역시 수익을 내야 하는 공연 사업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실력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오히려 편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인맥 중심 캐스팅은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배우 중심 체제는 소수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뮤지컬의 대중화와도 연결된다. 실제 ‘뮤덕’이라고 불리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캐스팅에 식상함을 느껴 ‘탈덕’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얼굴 찾기에 힘을 쏟는 건 오히려 응원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