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전원 추가 인상 찬성...경기침체 발목
최악의 기대인플레·물가, 빅스텝 명분↑
이번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빅스텝의 명분은 역대급 물가위기다. 지나달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까지 치솟았다. 중앙은행인 한은의 제1책무는 ‘물가안정’이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인상은 이자부담 심화, 소비위축 등을 불러일으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다. 오는 13일 금통위가 내릴 결단에 시장의 눈이 온통 쏠려있다.
5월 의사록 “금리 올려야”...성장 손실 최소화
우선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임지원 위원 퇴임 후 자리는 공석)들은 추가 금리 인상에 모두 공감했다. 통상적으로 총재는 직접 의견을 내지 않는다. 이에 따라 4월과 5월에 이어 이달에도 연속 인상은 기정 사실화된 상태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폭이다. 그동안 해온대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을 할 것인지, 빅스텝을 시도할 것이지 여부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고물가 대응을 위해 이달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1.75%)는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50~1.75%)과 동일하다. 한국이 베이비스텝을 하고 미국이 빅스텝을 하거나 한국이 빅스텝을 해도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하면 양국간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이에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높은 물가와 함께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내년에도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전망되는데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예견되는만큼, 통화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내외금리차 전망 및 환율 기대가 외환부문에 가져오고 있는 압력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수록 향후 보다 긴축적인 정책 대응이 불가피해 결국 향후 더 큰 성장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상영 금통위원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주상영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주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되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충격의 속성을 고려해 경기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해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에 달린 기준금리, 연말 2.75%? 3.00%?
5월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이 고물가를 우려했지만 상황은 이후 더 나빠졌다. 5월 물가상승률이 5.4%까지 올랐지만 6월은 6%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6% 물가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로 10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전월비 6.2p 하락했다. CC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년4개월 만이다. 물가는 앞으로 더 뛸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소비심리는 더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오름세에 한은도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4.5%에서 4.7%로 상향, 심지어 4.7%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5%로 수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에 무게를 둔 전망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는 이달, 8월, 10월, 11월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금통위가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릴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기존 남은 4번 회의에서 각 0.25%p씩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달 0.25%p에서 0.5%p로 상향한 것이다. 다만 전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75%p로 동일하다.
JP모건·씨티그룹·바클레이스는 이 달 한번의 빅스텝과 남은 3번은 베이비스텝을 예상,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3.00%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KB증권·한국투자증권·신영증권 등이 동일하게 전망했다. 반면 노무라증권과 ING은행 등은 가계 이자부담과 경기 침체 등을 우려로 이달 빅스텝이 아닌 0.25%p 인상을 점쳤다.
한편 이달 금통위도 1명이 덜 채워진 6명의 금통위원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지난 5월 12일 임지원 금통위원이 임기 만료로 한은을 떠나면서 생긴 공석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후임으로 ‘비둘기파’ 성향의 금통위원이 온다고 해도 5월 금통위 의사록 내용과 현 상황을 고려하면 ‘매파(통화긴축 완화)’가 더 우세하다.
▲[빅스텝 초읽기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