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가진 변호사 다루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힐링 드라마로 호평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이 변호사로 등장, 법정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ENA채널에서 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힐링 드라마’로 호평을 받고 있다.
우영우(박은빈 분)가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 성장물의 성격도 함께 띠기도 한다. 다만 그간 장애인을 다룬 작품들은 주인공의 성장에 주로 방점을 찍은 휴먼물이 다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4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유료 가구 5.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4%까지 올랐으며, 2049 시청률은 2.7%로 전 채널 1위에 등극했다. 첫 회 0.9%를 기록, 초반에는 관심이 저조했으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함께 공개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에 해당 채널에서도 시청률이 급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조금 서툰 주인공이 가족, 친구, 동료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법정 드라마의 묘미도 보여주고 있다.
로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회전문을 지나갈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영우가 ‘70대 노부부 살인미수 사건’의 맹점을 파악, 첫 사건부터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 형을 죽인 범인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이 지목을 받게 되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 하면, 절친한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분) 아버지의 억울한 증여계약 해지를 끌어내는 등 매회 우영우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지켜보는 흥미가 있다.
우영우가 어떤 사람인지, 또 그가 어떤 일상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를 돕기 위해선 주변인들이 어떤 반응,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다만 고래를 좋아하는 영우를 설명하기 위해 아기자기한 CG를 활용하고, 영우를 향한 오해성 발언에 대해서는 주인공들이 즉각 사과를 하기도 하면서, 영우의 자폐 스펙트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흐름은 지양하려는 노력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영우는 물론 주인공들도 함께 성장을 하는 등 장애인 주인공을 휴먼물의 주인공으로만 국한하는 그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대학병원 소와외과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굿 닥터’가 방송이 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장애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들이 드물었다. 주로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장애인들 역시 다소 한정된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대표적인 흥행작인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를 비롯해 2017년 개봉한 ‘채비’까지.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성공이나 또는 끈끈한 가족애를 통해 감동을 끌어내는 휴먼물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물론,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을 앓는 영희(정은혜 분)가 한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등 드라마에서도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담으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우 정은혜가 영희를 직접 연기하면서 장애인 배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들을 어떻게 다루는 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때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에서도 그들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2006년 개봉한 ‘맨발의 기봉이’는 신현준의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가 장애인을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것. 특히 이후 주인공 기봉이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재연, 흉내의 대상이 되면서 오히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물론 해당 장애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이해를 돕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일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 역시도 주변인들의 배려만 있다면 함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도 영희가 영옥(한지민 분)의 품에서 벗어나 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담아냈었다. 영희를 연기한 배우 정은혜가 주인공으로 나선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에서는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 씨가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돌봄의 대상으로만 다뤄지던 장애인들의 또 다른 면모들을 드라마, 영화들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발표회 당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등장한 인물을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 실존 인물이나 캐릭터를 은연중에 기억하고, 잘못된 접근을 하게 될까 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었다. 그의 바람처럼, 박은빈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간 미디어가 보여주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면서 자폐증에 대한 편견을 한 겹 걷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