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75%→2.25% 인상
주담대 금리 인상 가능성, 이자부담↑ 매수세 위축
"집값 '숨고르기'…거래절벽 및 전세의 월세화 지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하면서 주택시장 관망세가 한층 더 짙어질 전망이다. 다만 주택시장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지기보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2.25%로 올렸다. 지난해 7월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불과 1년 만에 1.75%포인트 치솟았다.
한은이 연말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시장에선 올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까지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가파른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빅스텝 단행으로 주택시장 위축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종전보다 더 가중된다.
지난해 7월 주담대(신규) 금리는 2.81% 정도였으나, 올해 5월 기준 3.9%로 인상됐다. 상호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4.91%에서 5.02%로 올랐다. 대출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서 수요자들이 섣불리 내 집 마련에 나서기 힘들어지게 됐다.
하반기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80%까지 인정되고 대출한도도 6억원까지 늘지만, 이달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본격화한 데다 금리까지 추가로 인상되면서 원하는 수준만큼 대출을 실행하기 부담스러워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관망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과 시장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을 보이는데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깊은 거래 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대출금리 인상, 경기침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진행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각 지역의 대장주와 상급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시장의 '전세의 월세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함 랩장은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월세 이율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기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 지불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주택시장 전반적인 침체를 이끌긴 힘들단 견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차주별 대출이 워낙 강화돼 있고 8월 정비사업 로드맵이나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남아있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거래량 감소와 전국적으로 약보합인 주택시장 분위기는 지속되겠지만 지역별로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주택가격 폭락 또는 하락이 발생하면 그땐 집값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