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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임시완 "배우 10년째, 아직 연기에 대한 답 못내렸다"


입력 2022.08.24 08:32 수정 2022.08.24 08:3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비상선언'으로 악역 도전

배우 임시완이 '비상선언'으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보였다. 텅 비어있는 눈동자와 어떤 표정도 읽히지 않는 스산한 모습으로 '비상선언'의 긴장감을 한껏 불어넣었다. 제국의 아이돌로 데뷔해 '연기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한 번의 연기력 논란 없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임시완은, 이번에도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연기에 만족을 표한 건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의 예쁨을 듬뿍 받았다. 송강호는 그를 두고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임시완이 있다'라는 말로 임시완의 어깨를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손꼽히는 분들이 내 연기를 칭찬해 주신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의미가 있죠. 그게 원동력이 돼 촬영장에 나가기도 했어요."


극중 비행기에서 생화학 테러를 일으키는 위기와 갈등의 주범인 류진석 역을 맡은 임시완. 말간 얼굴과 해사한 미소와 트레이드마크였던 임시완의 첫 악역이었다. 손을 뻗는 것 하나도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는 임시완에게 류진석은 새로운 도전과도 같았다. 류진석이 '비상선언'에서 하는 행동들은 이유가 없다. 임시완은 생각을 조금 고쳐 당위성이 없기에 연기하기 자유로워진 류진석의 옷을 입기로 했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하나가 당위성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이해하려고 할 때 이과적인 구석이 발동하는 것 같아요. 제가 납득되지 않는 작품이면 조금 힘들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류진석이란 인물에는 이유나 명분이 아예 없죠. 그래서 고민을 해보니 반대로 자유로워지더라고요 나의 상상력만으로 캐릭터를 채워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류진석의 빈칸을 채우는 것도 임시완의 몫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며 캐릭터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은 연기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릇된 피해의식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역순으로 귀납적으로 들어갔어요. 피해의식이 있었으면, 어디에서 피해의식이 생겼을까. 류진석이 영어를 잘하니 해외에서 공부했을 테고, 낯선 곳에서 설움과 피해가 있었겠다 싶었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롭힘도 있었을 것 같았어요. 믿을 건 엄마 뿐이지만, 엄마로부터 그릇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이런 식으로 과거의 피해를 만들었어요."


'비상선언'을 통해 그는 '돌아버린 눈'이라는 다소 과격(?) 한 호평을 얻기도 했다. 예고편에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그의 눈빛이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임심완은 예고편 장면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귀여운 해명을 내놨다.


"감독님께서 리허설 할 때도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본 촬영 때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배우로서 있지만 리허설이란 단어가 긴장감을 조금 해소시켜주는 부분이 있어요. 리허설은 잘 못해도 다음이란 기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비교적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어요. 평소의 저는 눈이 돌아있지 않습니다.(웃음)"


이병헌은 임시완을 두고 '질문이 많은 후배'라고 평했다. 임시완은 매번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신뢰를 받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고 털어놨다.


"제가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한지 몰랐어요.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 아마도 제가 이병헌 선배님이라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답이나 정도에 대해 답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았나 봐요. 어떤 취미를 가지셨고 평소에는 무슨 생각을 많이 하는지 궁금했어요. 어떤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대단한 연기를 펼치는지 싶었어요."


보통 배우들이 악역을 하면, 평소에 해보지 못한 행동들로 인해 대리만족을 했다고 밝히고는 한다. 임시완은 류진석 캐릭터의 특징으로 인해 대리만족보다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류진석은 일반적인 범주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캐릭터잖아요. 대리만족보다는 연기적으로 해방감이 들었어요. 선역은 지켜야 범주가 있잖아요. 더군다나 류진석은 다른 악역과 비교해 '반드시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는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칸에 첫 입성한 것에 이어 4년 만에 '비상선언'으로 칸 레드 카펫 위에 올랐다.


"칸에 처음 갔을 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절 바라보는 낯선 표정들이 기억나요. 그런 표정들이 제가 찍은 영화를 본 후 기립박수와 함께 칭찬의 눈빛으로 바뀌는 걸 목격했거든요. 정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게 바로 내가 연기를 하는 목표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꼭 다시 가고 싶었는데 또 갈 수 있게 돼 기뻤죠."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임시완은 올해로 10년 째 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 임시완은 10년이라는 말에 무게를 느끼지만,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면서 향후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10년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큰 부담이긴 해요. 한 것에 비해 시간이 굉장히 빠르단 생각을 해요. 아직도 해야 할 것들과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과연 제가 자신 있게 누군가에게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전 못할 것 같아요. 스스로도 연기가 무엇인지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거든요. 개인적으로 시간을 외면하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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