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신임 당 대표 당선
민주당, 대(對)정부 강경 투쟁 예고
세법·공공기관 혁신·예산안 등 ‘충돌’
정부, 경제 정책 발목 잡힐까 걱정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에 이재명 의원이 당선하자 기획재정부가 경제 정책 추진과 관련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로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운운한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게 되자 정책 발목잡기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함께 치른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정청래, 박찬대 등 이른바 ‘친명계(친이명계)’ 의원들이 대거 당선했다.
이 대표는 물론 이번에 선출된 최고위원 대부분이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들이다. 이들은 이번 전당대회 기간 윤석열 정부에 대응한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민주당의 대(對)정부 투쟁 선언에 가장 촉각을 세우는 건 기재부다. 세법부터 예산까지 주요 정책 대부분이 국회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민간 주도 경제성장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법인세 인하는 이미 여야 의견 충돌에 따른 파열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세금을 낮춰주면 분명히 투자 유발하는 유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여러 기관이나 연구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며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쭉 내리는 이유 역시 기업 활력이나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소위 ‘낙수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 증진보다는 기업 사내 유보금만 늘려주는 부적절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법인세는 소득이 있는 경우 부과하는 것인데 최고 세율 구간을 축소해서 3000억원 이상 고액 영업 수익을 올린 기업들, 초대형 기업에 대해서만 감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나면서 외국에서는 과도하게 이익이 늘어나는 부문에 횡재세를 신설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며 “과도한 이익을 조정해서 어려운 민생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법인세와 함께 민주당에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대목이 공공기관 혁신이다. 기재부가 지난달 29일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적인 기능은 축소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노골적인 민영화라며 반대했다.
당시 기재부가 민영화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갈수록 민영화 논란을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대기업에 법인세 감세 혜택을 주면서 그로 인해 생기는 재정 손실을 메꾸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기재부가 향후 5년간 ‘16조원+α’ 규모 국유재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내놓자 “민영화와 특권층 배불리기”라며 “국유재산법을 개정해 민영화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 발표를 앞둔 내년도 예산안 역시 국회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기재부는 윤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부의 방만 재정을 비판하며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국정 과제 달성을 위한 예산 편성을 예고해 왔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임 정부 역점 사업이었던 한국판 뉴딜 사업 등은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손실지원금, 방역 지원 등은 단발성으로 편성했던 예산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공을 들여온 지역사랑상품권 등은 기재부 예산 삭감 1순위로 손꼽혀 왔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1년 단위로 운영되는 예결위를 상설화해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와 겸임할 수 없게 하고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국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들어내고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예산은 확실하게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종합부동산세 감면, 소득세 인하 등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기재부 시름이 깊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여야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크다”며 “강성인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게 되면서 갈등은 더 커질 것이고, 당연히 정책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한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 이번에 예산안 기조로 내세운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이 어렵게 될 수 있다”며 “국회 심의에서 큰 폭의 증감이 생기지 않도록 잘 대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