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FA에서 향후 비전·목표 싹 물갈이
제품 와이파이 기능 탑재·에너지효율 1등급 전 제품 확대
"잔소리 안 해도 알아서 조금 먹고(전기), 그만 누는(오염물질) 그런 가전 없을까?"
IFA2022를 임하는 삼성전자의 자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환경'으로 똘똘 뭉쳤다. 삼성전자는 전시회 개막 직전부터 에너지와 친환경,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강조했다. 언뜻보면 이 단어들의 조합의 의미가 생소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손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모든 가전이 알아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보전'과 '전기세'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효율 1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제품에 대한 주 홍보보다 '에너지'를 브랜드 네이밍처럼 앞세웠던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 2022'에서 3일(현지시간) 생활가전사업부 단독 브리핑을 열고 '에너지 효율 1위 가전' 브랜드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가전의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주거'다. 점점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이 많아지고, 기술도 복잡해지고 다기능화되면서 에너지효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가전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경에 대한 부담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양 부사장은 삼성 가전의 에너지 효율을 설명하기에 앞서 소비자 입장에서의 경제적 이득을 피력했다. 흔히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양 부사장은 "핵심 부품이 문제가 생길 시 글로벌 시장에서는 20년, 국내에서는 평생 보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패널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가 사는 주거환경 제품을 오래 쓸 수 있어야하는데 맞춤형 패널 변경은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 의류업체인 파타고니아와 협력해 미세 플라스틱 54% 저감이 가능한 세탁기를 새로 선보였다.
양 부사장은 "파타고니아에서 먼저 삼성으로 연락이 왔다. 특정 소재의 옷 세탁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배출돼 의류업계에선 이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고 함께 저감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다는 연락이었다"며 "양사 니즈가 잘 맞아 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가전들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양 부사장이 밝힌 통계에 의하면 냉장고 78%, 세탁기 68%, 건조기 100%의 비중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자랑한다. 양 부사장은 "세탁기의 경우 전자동이 많아서 아직은 상대적인 비중이 낮은데 앞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스마트싱스를 통한 전기료 절감도 강조했다. 개발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에너지 소비효율 규격 기준에서 정한 최고 등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고효율화하고, 소비자가 고민하지 않고도 알아서 에너지를 추가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결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율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은 유럽을 시작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1위' 가전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IFA 참가에 앞서 유럽의 에너지 소비효율 최고 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나 더 절감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
필수 가전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는 최고 등급인 'A등급' 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10%나 적은 것은 물론,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 내에서 제공하는 'AI 에너지 모드(국내 명칭 AI 절약 모드)'로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다.
세탁기는 최대 70%까지 절감이 가능하며, 냉장고는 올 연말까지 AI 절약 모드 활용과 온도 조절을 통해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최고 에너지 효율' 냉장고와 '최고 에너지 절감' 세탁기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된다.
이를 실제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유럽에서 9월 출시되는 신모델 냉장고(상냉장·하냉동)의 연간 전기요금은 한국 전기 요금 기준으로 1만7828원이며, AI 에너지 모드에서 최대 절약 옵션까지 사용하면 최대 1만2480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또한 11kg 용량의 드럼 세탁기(비스포크 AI 모델)의 연간 전기요금은 한국 전기 요금 기준으로 1만3610원, AI 에너지 모드 추가 사용 시 한국 전기 요금 기준 3673원으로 대폭 절감된다.
우선 현재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로 냉장고는 10%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으며, 세탁기는 60%, 건조기 35%, 에어컨 20%가 가능하다. 이 가운데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냉장고는 내년 25%까지 절감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올 한 해 연간 가전 판매량을 기준으로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통한 최대 절감 전력량을 계산하면 연간 약 19만MWh에 달하며, 이는 500MW급 화력발전소 1대를 약 한 달 동안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연간 저감되는 최대 탄소배출량은 약 9만톤으로, 축구장 1만개(약 8000ha)또는 여의도 면적의 28배에 해당하는 규모의 소나무숲을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에 해당한다.
양 부사장은 일각에서 제기한 '친환경의 진정성' 내지 '효과' 지적과 관련해 "발전소 1대를 한 달간 멈출 수 있는데, 이게 어떻게 의미가 없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로 인한 전력량 절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내년부터 향후 모든 신제품에는 와이파이(Wi-F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베를린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거의 모든 가전에 와이파이 탑재하고 TV와 가전에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 협의체(HCA) 표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탑재 모델 비중은 현재 26%다. 내년 안에 100%로 확대될 경우 향후 와이파이 기능이 없는 모델은 단종된다. 현재 스마트싱스와 연결된 글로벌 가전제품 대수는 975만대로, 이달 말에는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삼성전자 측은 전했다. 이어 빠르게 세대 교체 진행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박찬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스마트싱스에 연결되는 가전제품이 많아질수록 향후 글로벌 에너지 절감을 위한 유용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