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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㉘] "작가 정보라의 퇴직금·주휴 연차수당 청구 소송, 승소할 듯"


입력 2022.09.17 06:11 수정 2022.09.17 07:36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11년간 시간강사 하다 연세대 상대 소송 제기…"모든 업무 쉴 틈 없이 수행, 정당한 보상 원해"

법조계 "비정규직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실제 수행한 주당 근무시간 입증하는 것이 중요"

"강의 준비하는데 시간 소요된다는 것, 정 작가가 재판서 충분히 밝혀야 할 것"

"일반 근로자와 다른 형태 근무자들, 정해진 근무시간 외 일했던 기록 증거로 남겨야"

소설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지난 달 31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앞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최근 11년간 시간강사로 일했던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과 주휴 연차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정 작가가 연세대에서 비정규직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실제 수행한 주당 근무시간을 입증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강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정 작가가 충분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3단독 박용근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소송에서 정 작가는 "저는 매일 행정 근무와 강의 준비, 학생 지도, 과제 평가 및 시험 등 모든 업무를 쉴 틈 없이 수행했다"며 "열심히 일했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 퇴직할 때까지 연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며 러시아어1(3학점), 러시아 문학(3학점), 러시아문화체험(3학점) 등 한 학기 평균 9학점 규모의 강의를 진행했다.


학교 측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2019년 8월) 이후부터 근로시간을 계산해 퇴직금 등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 시행 이전에는 정 작가가 주(週) 15시간 미만 근무한 초단시간 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정 작가가 연세대에서 비정규직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실제 수행한 주당 근무시간을 입증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교사의 경우 방학 중에 수업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서 그 시간에 대해서도 급여를 지급해야 된다는 판결이 있다. 수업 준비도 실제로 업무 시간으로 본 것이다"며 "강사들도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한 시간이 근로 시간에 포함되고, 이 준비하는 시간이 중요한 만큼 충분히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에선 이미 일반적인 근로자와 다른 형태로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가급적 확대해서 인정해주려고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강 모씨 등 서울시립교향악단원들이 서울시향 상대로 청구한 임금(연차수당지급) 청구 소송에서 "단원이 출근하지 않고 개인연습 한 날도 출근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시간제 강사는 다른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기에 이를 입증한다면 정 작가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김남석 변호사는 "실제 강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정 작가가 충분히 입증을 해야한다"며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시간 강사는 (준비하지 않은 채) 수업에 그냥 가서 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작가가 승소하더라도 '시간제 강사에게만 적용되는 특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윤 변호사는 "정규 강사들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되는 시간에 수업만 하는 게 아니다. 일주일에 정해진 강의 시간 외의 나머지 시간은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한다. 또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을 해주고 있다"며 "기존의 교수들과 비교했을 때, 시간 강사들이 홀대 받고 제대로 노동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직장갑질 119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정 작가처럼 일반 근로자와 다른 형태로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면,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도 일했다는 기록을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변호사는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쓰든 일기장이라도 쓰든 상사들이 업무 지시를 내린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며 "언제 업무 지시를 받았고, 몇 시에 출·퇴근을 했다는 것에 대한 기록을 준비해두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정 작가가 재판에서 승소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안일했던 노동 시간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끔 될 것이라는 분위기이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기준을 좁게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근로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확실하게 찾아가는 편이다. 이런 추세를 본다면 기존에는 근로시간에 계산이 안 되었던 부분들이 조금 더 법의 규정에 맞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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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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