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확고한 정체성 위에
전략적 유연성 필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 여파로 '자유주의 진영 대(對) 권의주의 진영' 간 블록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적으론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로 맞대응 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확고한 정체성에 기초해 대응하되 권위주의 국가와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주재 한국대사는 14일 '우크라이나 사태의 교훈과 한국외교'를 주제로 개최된 '제주포럼 2022'에서 "한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확고한 정체성 위에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이번 전쟁의 원인에 구소련의 영향권 회복이나 러시아 제국을 부활시키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이니셔티브가 상당히 작용했다"며 "전쟁이 푸틴 대통령의 시나리오로 성공한다면 UN이 주장하는 평화, 주권, 독립, 영토, 인류의 보편적 가치 자체가 와해되기 때문에 국제 정치에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핵심 가치는 희생을 치러서라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인데 미국하고 서방 차원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면도 걸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중앙아시아에 한국이 어떤 외교적인 역할을 할 건지와 러시아하고도 협력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될 것으로도 보인다"며 "러시아가 우리에게 파트너십을 원하는 지역이 연해주를 비롯한 극동 러시아다. 극동 러시아와 두만강 중심의 권역별 맞춤형 외교 전략과 정책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액션 플랜을 수립하며 한국도 굉장히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를 지나치게 고립 약화시키는 것은 유라시아 세력 균형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러시아가 건설적인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 장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대사는 "현재 유라시아는 지정학적 위기가 가장 가속화되는 지역"이라면서도 "비정치적인 탄소중립. 디지털 혁신 등 글로벌 아젠다로 유라시아 외교를 좀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무기화한 러시아 조치에 따라 "앞으로 원전 시대로 많이 돌아갈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원전시장이라면 한국이 상당한 실력 발휘를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