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전’ 국책은행 참여율 높아
5대 은행 0.8% 참여, 반쪽자리 파업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16일 전면 총파업을 강행했음에도, 금융사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과 달리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참석하는 등 일선 현장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마다 총파업 참여에 대한 온도차가 달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1% 안팎으로 추정됐다. 10만명의 조합원이 속한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한 총파업 이후 6년만이다.
금융노조는 ▲5.2% 임금인상 ▲금로시간 단축 ▲공공기관 혁신개선 중단 등을 요구하며, 이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노조의 집회‧행진 투쟁으로 인해 낮까지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지며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은행 창구 업무는 원활하게 진행됐다.
전날 시작된 안심전환대출 접수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각 은행에서 비대면 신청을 별도로 받고, 출생연도별 5부제가 시행되면서 전날에도 영업점 창구를 통한 신청이나 문의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5대 은행 중 파업에 가장 많이 참여한 곳은 KB국민은행이었으나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300여명 점도가 참석했다. 국민은행의 전국 지점은 870여개 수준이다. 신한은행 역시 100여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다.
앞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사실상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원 기준 참여율이 1% 이내로 현재 영업 차질은 없다”며 “안심전환대출 접수도 시작되는만큼,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고객 업무에 집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노조원의 약 1.7%가 파업에 참여했는데, 전 직원 기준에서는 한 지점당 1명도 참석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지방 이전과 공공기관 혁신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KDB산업은행(산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IBK기업은행(기은) 등 국책은행들은 참여율이 높았다. 특히 부산 이전 문제로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중인 산은 노조는 1600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전 직원의 47% 수준이다.
역시 부산 이전설이 나오고 있는 수은도 노조원의 80% 안팎이 온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은 참여율도 노조원을 기준으로 48% 수준으로 추산됐다. 다만 산은과 수은, 기은에서도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필수 인원 중심으로 업무 현장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은행권 파업 참여자수는 약 9807명으로 전 직원 대비 파업 참여율은 9.4% 수준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대비 참여율은 13.6%를 기록했다. 이중 5대 은행 파업 참여율은 0.8%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저조한 참여율은 싸늘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원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귀족 노조’라고 불리는 가운데,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해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며 “이를 의식해 파업 명분이 약화된만큼,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주최 측이 추산한 파업 참가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금융노조 집행부와 39개 지부 조합원 등 3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