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귀족 노조’ 비판 불가피
위원장 선거 앞둔 정치 행보 우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지난 16일 총파업에 나섰지만 공감도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귀결된 모양새다.
노사 양측은 마지막 대표 교섭을 통해 극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못했다. 노조는 6.1%의 임금인상률에서 5.2%로 낮추고, 사측도 임금인상률을 기존 1.4%에서 2.4%로 높였으나 합의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노사는 파업을 전제로 ▲임금 5.2% 인상 ▲주 36시간(4.5일) 1년간 시범적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6년 전과 달리 경기장이 아닌 청와대까지 가두 행진을 하며 투쟁과 파업 결의를 불태웠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평균 연봉 1억원’ 은행원들의 배부른 투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프레임까지 덧씌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한 안심전환대출 접수가 시작되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업무 공백을 우려한 대다수 은행원마저 총파업에 등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본사 이전 이슈가 있는 국책은행을 제외하고는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파업 참여율은 0.8%로 1%를 밑돌았다. 전체 참가율 역시 9.4%에 그쳤다. 지난 2016년 총파업 참가율은 15%, 4대 시중은행 참가율은 2.8%였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총파업 배경에 정치적 명분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연말 조합원수가 10만명이 넘는 금융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현 박홍배 위원장이 총파업을 주도하면서 재연임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박 노조위원장은 2019년 KB국민은행의 단독 파업을 이끈 뒤 이듬해인 2020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반면 우리은행 측에서는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출마설이 나오면서, 이번 총파업에 NH농협은행과 함께 사실상 불참을 선언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14일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박 노조위원장을 비롯 각 지부 위원장 28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했지만,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동시간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우리와 농협은행 지부 위원장들은 빠졌다. 시작도 전에 전체적인 파업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물론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 행위는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국민은 물론 내부에서조차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은행권은 이미 사상 초유의 거액 횡령 사건 등으로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최근에는 조 단위의 이상 외환 거래 이슈까지 불거지며 도덕성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 내 집의 무너진 외양간 조차 제대로 고치지 못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30일 2차 총파업에 들어간다. 1차 총파업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극심한 교통 혼잡만 불러일으키며, 시민들이 불편을 초래했다. 공감대와 명분이 없다면 두 번째에도 반쪽자리 파업에 그칠 확률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