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잔치’ 벌이던 정유업계, 3분기 영업익 컨센서스 하회 전망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정제마진 급락
내년부터는 수요 요인과 함께 공급 요인 추가 발생 예상
올해 2분기까지 만해도 역대급 실적을 줄줄이 내며 남몰래 웃었던 정유업계가 울상이 됐다. 유가와 함께 정제마진이 떨어지면서 3분기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상반기 역대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업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2~3개월 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만해도 12조3200억원에 달했었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8월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1075억원이었으나,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60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은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9월 집계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68억원이었으나,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4783억원, 4601억원을 써냈다.
증권사들이 정유업계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것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과 정제마진 급락때문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역대급 초호황 이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중국 수출 쿼터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 등 하방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평균 배럴당 89.9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5월 대비 23.2% 정도가 하락했다. 지난 9월 영국 북해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도 같은 기간 대비41.2%, 43.1% 가량 ᄄᅠᆯ어져 각각 배럴당 88.90, 79.91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가격에서 원유가, 정제 등 제품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유가동향이 정제마진에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함께 움직인다. 원유를 2~3개월 정제한 후 만들어진 제품의 판매가격이 시장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단 점에서다. 유가가 상승했을 경우 대게 시장의 제품가도 상승했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 원유를 사온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좀처럼 넘기질 못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1달러를 기록했다. 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 달러다. 지난달 셋째 주에는 올해 최저치인 0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대응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3분기부터 하락세를 탄 국제유가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89~98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분기는 수요 측 요인으로 유가가 불안정했다면, 내년에는 오펙플러스의 감산 합의, 동절기 가스 대체수요 발생 등으로 공급 측 요인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8일 석유공사 서울업무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01차 국제유가 전문가 협의회’에서 “앞으로는 수요 측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 측 요인도 동시에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역시 이에 공감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비싸게 사온 원유로 만든 제품이 유가 하락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3분기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내년도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 문제도 겹쳐 상황은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