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계약 실효" 피고 승소→2심 "계약 유효" 원고 승소
대법 "계약금만 지급했을 뿐 이행하지 않아"…다시 판단해야
대법원이 땅을 사기로 약속한 사람이 계약금만 지급한 뒤 중도금과 잔금을 장기간 주지 않았다면 계약이 파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 씨는 2007년 1월 C 건설사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3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3000만 원을 받았으나 이후 약속한 중도금과 잔금을 받지 못했다.
계약 당시 C사는 B 씨에게 계약 한 달 뒤 중도금 6000만 원을 지급하고, B 씨의 부동산을 수용해서 추진하려 했던 주택건설사업 승인이 이뤄지면 10일 안에 잔금 2억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B 씨는 계약이 무효로 돌아간 것으로 생각하고 2012년 2월 다른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후 C사에서 받을 돈이 있던 A 씨가 2017년 B 씨에게 "계약금과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위약금 3000만 원을 달라"며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C사가 중도금을 납입하지 않은 시점에 이미 계약이 실효됐다고 보고 B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계약서 내용에 비춰볼 때 중도금을 납입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B 씨가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C사가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를 청구할 권한의 시효가 이미 지났을 개연성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B 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인데, 이 사건의 계약은 B 씨와 C사가 잔금 지급 기일을 '사업계획 승인 후 10일 이내'로 정해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경우 사업계획 승인이 불가능하게 된 때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며 "C사는 B 씨에게 계약금만 지급했을 뿐 계약 이행을 전혀 하지 않았고 사업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추심 의사를 표현한 2017년 2월에는 이미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 이행 시점에서 5년이 지나 시효가 지난 상태였을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