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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김동관 만난 보잉 회장, UAM 동맹 사전회동?


입력 2022.11.08 11:42 수정 2022.11.08 11:4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그룹, UAM 사업부 만들어 집중 육성…대량생산 노하우 강점

한화그룹, UAM 사업 다방면 진행…항공‧우주분야 기술력 접목 가능

삼성, 반도체‧이동통신‧배터리‧디스플레이‧디지털 콕핏 등 후방지원

현대차그룹의 미국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이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대 항공우주 기업인 보잉(Boeing)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칼훈 회장이 최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잇달아 만나며 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논의 주제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다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UAM은 가까운 미래 기존 자동차 산업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모빌리티 분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칼훈 회장은 지난 3일 한국에 도착해 이튿날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이날 오후 늦게는 정의선 회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어 6일에는 김동관 부회장과 회동했다.


해외 기업 CEO가 방한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만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보잉과 이번엔 회동한 기업들의 교집합이 심상치 않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포괄적인 신사업 협력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과의 회동에서는 구체적으로 ‘UAM’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다뤄졌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UAM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 지난 2019년 12월 중장기 사업 계획 ‘2025 전략’을 발표하면서 UAM의 폼팩터인 개인용 비행체(PAV)와 로보틱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허브(Hub)를 연결 고리로 UAM과 PBV(목적기반 모빌리티)를 결합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 우버(Uber)화 협업으로 개발한 PAV 콘셉트 ‘S-A1’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그룹 내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영입해 사업부를 맡기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근년 들어서는 UAM보다 확장된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으로 개념을 변경했다.


보잉과는 이미 한 차례 관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7월 판버러 에어쇼에서 보잉 경영진과 만나 AAM 사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기업으로서의 오랜 제조업 노하우와 대량생산체제를 바탕으로 UA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단기간 내 양산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중인 UAM기체 ‘버터플라이’ 이미지.ⓒ한화시스템

항공우주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한화그룹 역시 보잉이 UAM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파트너 중 하나다.


칼훈 회장이 찾은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8월 승진과 함께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주)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아 항공우주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UAM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2020년 2월부터는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Butterfly)’의 공동 개발에도 착수, 현재 UAM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내년 3분기 UAM 무인 시제기 비행을 목표로 공동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UAM 기술 선도기업 오버에어(Overair)가 진행한 총 1억1500만 달러(한화 1479억원) 규모의 시리즈B(스타트업의 두번째 단계 자금조달) 투자에도 참여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공항공사·SK텔레콤으로 구성된 ‘K-UAM 드림팀’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K-UAM 드림팀’은 2025년 제주도에서 국내 최초 UAM 상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대구광역시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대구 도심간 ‘UAM 에어셔틀’ 사업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삼성은 직접적으로 UAM 사업 진출을 언급한 적은 없지만, UAM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비롯, 삼성 SDI의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의 LCD‧OLED, 하만의 디지털 콕핏,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UAM 시장이 열려 본격적으로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 기체 및 관련 인프라에 소요되는 다양한 핵심 부품이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AM 시장 개막은 자동차 시대의 개막에 필적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갖춘 다양한 기업들간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라며 “보잉에게 있어 한국은 그런 기업들이 집약된 중요한 방문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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