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시 시장 전체 투심 악화 우려
개인이탈 막을 ‘마지노선’…신중 검토 필요
“개인투자자는 지금 숨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유예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서 나온 작성자의 호소다.
코스피는 오르고 있는데 개인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다. 각종 지표를 보면 못해 먹겠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한때 70조원에 달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0조원을 지키기 버거울 정도로 줄었고 증시 주변자금과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마르고 있다.
단지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서가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불공정’, '기울어진 운동장’, ‘부당함’ 등의 단어가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기관과 비교해 투자를 하기에 패널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당초 개인투자자들의 주적은 ‘공매도’였는데 최근 세금이 공적으로 떠올랐다. 투자 수익을 거두기도 힘든데 벌어도 세금으로 거금을 내야할 판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금투세 유예 청원은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5만명이 동의하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 듯 보인다. 최근 169석의 거대 야당은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야당의 논리는 간단하다. 합의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대한민국 0.01% 초부자들의 소득세를 비과세 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시각은 이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1% 부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1%도 안되는 강남 신축아파트가 반값으로 폭락하면 나머지 99% 아파트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냐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과 기관 등에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같은 세금 적용이면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비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개인의 증시 ‘엑소더스(탈출)’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증권가에서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개인은 양도소득세 확정일이 있던 12월 코스피 주식을 5조원 가까이 던진 바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적어도 이보다 많은 자금 이탈이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대주주 요건만 피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됐으나 이제는 금융투자 수익이 5000만원 넘을 시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금투세 유예가 투심과 직결된 만큼 개인투자자의 이탈을 막을 ‘마지노선’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 떠난 개인은 과거와 달리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이전 정부에서 합의된 사안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 여건 상 제고가 필요한 시점인 것도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식양도세 폐지를 비롯해 금투세 유예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명확한 방침으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경주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