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취 표명은 비겁한 것…사고 수습 및 대책 마련이 제 역할”
“직위 유지로 특수본 수사 부담?…특수본 명운 생각하며 수사”
“특수본 수사 지휘나 보고 받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진상을 규명한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인파 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마친 뒤 “지금 제 거취를 표명하고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은 사실 비겁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뿐만 아니라 사고 수습 및 대책 마련을 마무리하면 그때 맞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의 이 같은 말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로 참사 원인과 경위가 어느 정도 규명되면 사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서울 도심의 대규모 집회와 핼러윈이 예정됐는데도 충북 제천에서 등산과 캠핑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을 지속 받았다. 특히 참사가 일어난 지 약 2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본은 지난 8일 윤 청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참사 당일 행적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사고 예방과 수습 과정에서 직무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피의자로 입건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수사 대상인 윤 청장이 직위를 유지하는 게 특수본 수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윤 청장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수사의 공정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본으로서는 조직의 명운까지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적 수사기구인 특수본의 수사 보고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국회 질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표현을 썼다”며 “특수본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체 지휘나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고 재차 해명했다.
윤 청장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특수본 수사 상황과 관련된 질의에 “보고를 받았다”고 발언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윤 청장은 “보고받은 바 없다”며 당시 발언을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