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피해자 주거지 쫓아다녀…경찰 신고하려고 하자 전화기 빼앗기도
재판부 "피고인, 다신 피해자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 참작해 판결"
"스토킹 행위 중하지 않고, 범죄 전력 없는 성실한 사람이기에 100만원으로 선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도 40시간이 기본인데…정도 중하지 않아 16시간 명령"
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을 행한 피고인이 '범죄 전력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과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16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지난 2021년 10월 19일 피해자 B 씨와 교제 중이었던 A 씨는 "휴대폰 번호를 차단하겠다. 연락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으나 B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다음 달 14일엔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장문의 글을 작성해 A 씨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A 씨의 B씨에 대한 집착은 다음 해에도 계속됐다. 그는 2022년 1월 17일 B 씨에게 4회에 거쳐 문자메시지를 또 전송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B 씨의 주거지는 물론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에 찾아가기도 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B 씨는 A 씨에게 여러 차례 "찾아오지 마라"며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A 씨는 갑작스레 B 씨의 집을 방문했다. 이에 B 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 씨는 피해자의 전화기를 빼앗으려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 씨 측은 "피해자에 대한 감정 정리와 B 씨와 함께 사용했던 재산 정리를 위해 통장 내역을 얻으려 찾아간 것이다"며 "불안감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 스토킹 행위로 보이기에 피고인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오랜 기간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앞으로 다신 피해자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과 실제로 2022년 1월 17일 범행 이후 스토킹을 한 사실이 없는 점 그리고 피고인이 성실하게 살아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해 판결하겠다"며 양형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죄는 인정되지만, 스토킹 행위가 중하지 않고 범죄전력이 없는 성실한 사람이기에 벌금 100만원으로 선처한 것이다"며 "스토킹 치료프로그램도 40시간이 기본인데, 정도가 중하지 않아 16시간을 명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