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잡(JOB)스] 인천유나이티드 오윤희 장내아나운서
인천 홈경기 이벤트 안내와 관객과의 소통 및 경기 진행 업무
“장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면 팀에 대한 애정 있어야”
학창 시절 축구를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제주도 출신 오윤희 장내아나운서는 육지로 나와서야 축구, K리그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그리고 우연히 접하게 된 인천유나이티드의 축구가 좋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장내아나운서 일을 하게 됐다.
오윤희 아나운서는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의 2년차 장내아나운서다. 2021시즌 앞두고 구단이 진행한 채용에서 ‘26대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K리그서 여성 장내아나운서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프로축구 장내아나운서는 단순히 아나운싱만 잘해서는 안 된다. 현장서 관객과의 소통은 물론, 축구에 대한 지식, 전반적인 경기 흐름까지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축구장에서 여성 장내아나운서가 설 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려움도 많지만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좋다는 오윤희 아나운서는 2년차답게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 연차는 높지 않지만 인터뷰를 하다보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느껴진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K리그와 인천유나이티드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누가 인천유나이티드 장내아나운서 아니랄까봐 무심코 올 한 해 치열했던 ‘경인더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경인더비’가 아니라 ‘인경더비’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팀 사랑이 남달랐다.
인터뷰 하는 내내 남다른 열정을 과시했던 오윤희 아나운서와의 유쾌했던 인터뷰 내용을 지금 소개한다.
Q :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 인천유나이티드 2년차 장내아나운서 오윤희입니다. 저는 지금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의 홈경기가 진행될 때 이벤트 안내와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 진행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 제주도 출신인데 인천유나이티드 팬으로 살고 있습니다. 팬이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 사실 제가 제주도 출신이긴 한데 제주도 경기장에 가 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축구 티켓을 나눠주기도 했었는데 그 때도 시간이 안 돼서 가본 경험은 없어요. 성인이 되고 친구가 K리그 팬이어서 경기를 보러 몇 번 갔었는데 그 때 인천유나이티드 경기장도 왔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당시에 아마 인천이 이겼을 거에요. ‘진짜 잘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당시에는 다른 경기장에 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만든 지 얼마 안 되서 경기장도 너무 좋았고, 인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직관 갔을 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Q : 평소 스포츠는 좋아하시는 편이세요? 축구 말고 혹시 관심 있는 다른 종목도 있으실까요??
A : 원래 K리그를 좋아했었어요. 야구는 저한테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직관도 가봤지만 재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제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그게 K리그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K리그 여러 구단을 가보다보니 인천유나이티드도 오게 됐고, 그러면서 인천이 분위기가 좋구나란 생각에 좋아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종목도 관심을 가져보려 했는데 축구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 대학생 때는 영화 연기를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 : 대학교 때는 연기를 했었고, 대학원 입학해서는 영화 PD를 했었어요. 계속 영상 일을 하다 보니까 문득 나는 카메라 앞에 나오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내가 영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풋볼 매거진’을 보고 K리그 관련해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구나, 나도 여기에 나오는 아나운서, 리포터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짜 한 번 아나운서를 준비해볼까란 결심을 하게 됐어요.
Q : 하시고 계신 장내아나운서는 어떤 직업인가요? 매력은 뭔가요??
A : 축구 같은 경우는 승무패가 있는 스포츠다보니 사실 경기 당일에는 기온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경기에 따라 팬 분들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팬, 선수, 구단 관계자 등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를 끝마치게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내아나운서의 매력은 큰 그라운드서 수천 명의 관중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제가 하는 말의 무게와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2021시즌 앞두고 구단이 진행한 채용에서 26대1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시는 합격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 아마 K리그와 인천유나이티드에 대한 애정을 좋게 봐주셨던 거 같아요. 면접을 볼 때 제가 장내 아나운서가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인천이란 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보고 좋게 봐주셨던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면접 때) 머플러를 매고 갔어요. 그리고서 리딩도 했었고, 자기소개도 하는데 그 때 제 포부를 열심히 밝혔던 기억이 납니다.
Q : 장내아나운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A : 경기 시작 5시간 전에 출근을 하구요. 출근하면 테이블 위에 오늘 할 원고가 놓여 있어요. 그러면 계속 읽어요. 눈으로 한 번 읽고, 체크하면서 읽고, 입으로 내면서 읽고, 큰 소리로 읽고, 읽다보면 도시락이 와요.(웃음) 그러면 먹고, 다시 리허설 하러 나가요. 리허설이 끝나면 장내 이벤트 방송을 해요. 오늘 행사랑 어떻게 한다고 알려주고, 쉴 시간 없이 바로 팬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해요. 라이브 방송을 30분 동안 하고 끝나면 바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Q :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팬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 : 경기 후에 한 팬 분께서 사인을 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 때 당시 제가 사인이 없었거든요. “제가 사인이 없어요” 하니까 그러면 이름 세 글자를 적어 달라 하셔서 스케치북에 제 이름을 적었어요. 그런데 팬 분이 스케치북을 들고 사인을 받으시다보니 삐뚤삐뚤하게 이름 세 글자를 적었는데 그게 팬 분께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사인이 없어서 제 이름을 적은 게 민망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바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만든 이후에는 사인 요청을 한 번도 안 하시더라구요.(웃음)
Q : 직업병 같은 게 있으실까요? 평소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저 같은 경우는 제 목소리를 수천 명의 분들이 듣다보니 말을 더듬거나 틀리면 정말 1년차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던 거 같아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항상 경기장에 도착하면 대본을 진짜 엄청나게 많이 읽어봐요. 제가 실수한 게 너무 명확하게 들릴까봐 걱정이 돼서 그랬던 거 같아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어느 정도 있는 거 같아요.
목은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요즘에는 많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열심히 도라지환을 먹고, 다 먹으면 도라지청을 먹는데 물에 타지 않고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어요. 너무 쓴데 눈 질끈 감으면서 제 목을 위해서 억지로 먹고 있어요.(웃음)
Q : 장내 아나운서의 고충, 가장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 사실 경기가 질 때고, 이길 때도 있는데 그래도 결과가 안 좋으면 마음이 힘든 것 같아요. 장내아나운서가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인천의 팬이다 보니 경기에 지면 마음이 힘들더라구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Q : 미래에 장내아나운서를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그건 하나 밖에 없어요. 바로 애정인 것 같아요. 대본이 없거든요. 경기 중에 이벤트 진행은 대본이 있더라도 경기가 진행되면 대본 없이 90분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애정이 없으면 그러기도 힘들고, 내가 이 구단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목소리에 다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장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면 팀에 대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모든 경기를 다 봐야 하고, 팀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야 하는데, 사실 전 경기를 챙겨보는 것도 애정이 있으면 쉽답니다.
Q : 인천유나이티드서 보내신 두 시즌을 돌아본다면요?
A : 2020시즌에는 정말 극적으로 잔류를 했었아요. 제가 2021시즌부터 함께 했는데 그 때는 인천유나이티드가 조기 잔류를 했는데 그게 컸던 것 같아다. 목표를 이뤘던 작년 한 해였고, 올 시즌은 4위라는 성적으로 파이널A에 갔고 ACL 진출까지 했자나요. 작년과 올해 중요한 두 시즌이었는데 팀의 중요한 역사에 함께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 시즌도 의미가 깊었던 게 장내아나운서로 첫 데뷔였기 때문에 감격의 한 해였어요. 올 시즌은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천이 파이널A와 ACL에 가는 것을 봤고, 둘 다 너무 좋은 해였어요.
Q : 향후 미래에 어떤 인생 그림을 그리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사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않았는데 내년에도, 앞으로도 쭉 지금 좋아하는 아나운서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게 저한테는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나면 팬 분들께서 굉장히 많은 연락을 주세요. 그게 정말 힘이 많이 됩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되는데 앞으로도 저한테 주시는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좀 더 열심히 하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