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기 임원인사서 재신임 된 정호영 사장
'명확한 목표' 제시로 LG디스플레이 부활 이끌어야
어려운 업황을 견디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4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호영 사장을 유임했다. 이로써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3년 차' CEO(최고경영자)가 됐다. 정 사장의 향후 거취는 이번 LG 임원인사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대목이다. 그간 회사의 캐시카우를 했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이 중국발 침탈에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다.
운이 없게 코로나라는 변수 및 원자재 인플레·VR기기 분전 등 모든 악재가 다 펼쳐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 2분기 LG디스플레이 매출원가율은 95%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과 원자재가격 폭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업계가 공산당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LCD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 업계에 직격탄을 가한지 이미 수년이 지났다.
지난 2년간의 체질 개선 노력의 구체적 성과들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다시 한번 운전대를 내어준 그룹 수뇌부와 기회를 잡은 정호영 사장 간에 명확한 비전과 정책이 드러나야 한다.
LG그룹 전자계열의 양대 축인 LG디스플레이는 기술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다.
LG는 그동안 디스플레이에 공격적이며 과감한 투자를 펼쳤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까지 17년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주변 경쟁국들 보다 2년 안팎의 기술격차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회사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개발했고,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평면 및 곡면 올레드 TV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LG디스플레이는 모진 풍랑을 마주한 상태다. 디스플레이 산업 회생을 위한 자구책으로 감산·재고관리 등의 긴축 경영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했다. 키를 단단히 잡고 정확한 방향을 향해 과감히 운전해야 한다. 파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쓸려 다니다간 언젠간 더 큰 비바람에 배는 전복되고 만다. '괜찮다. 걱정말라'는 당부보다 '저기로 간다'는 명확한 경영진의 목표 제시를 2만9400여명의 구성원들은 기다리고 있다.
실제 LG그룹에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인해 사업 희비가 크게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가 각각 있다. 바로 전장과 모바일이다. 전장은 지난 9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신세였지만 "이건 된다"라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으로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의 경우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이라는 일대 전환기를 맞았을 때 피처폰을 고수,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쳐 부진 끝에 결국 사업을 접었다.
LG디스플레이의 운명이 전장과 모바일이라는 사례 중 어디로 가깝게 갈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진짜 배수의 진을 쳐야 할 때다. 해법은 'LCD 탈가속-OLED 주력화'로 명확하다. 마지막 기술 전쟁으로 여겨지던 OLED는 아직 전체 패널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그마저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OLED의 시장 개화를 앞당길 수 있는 치열한 고민과 동시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하이엔드급 IT용 LCD 패널, 모바일용 LTPO OLED 등 고부가 중소형 OLED 등의 적절한 비중 조절도 필요하다.
나아가 신사업에 대한 처절하고 절실한 고민이 필요하다. 10년, 20년 뒤 기업의 생존을 담보해야 한다. 그간 '중소형 OLED 육성 지체', 'LCD TV 캐파 확장' 등 시장 흐름을 역행한 선택으로 고전을 겪은 과거 경영진의 책임도 이제는 더이상 핑계가 되지 못한다.
최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자동차용 P-OLED, XR(확장현실)용 올레도스,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등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지만 아직 시장성 확보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다행히 LG디스플레이는 2개 분기 연속 적자에도 불구, 연구개발비(R&D)를 확대하는 등 미래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로 1조8527억원을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170억원에서 22.1% 더 투자했다. 설비 투자도 크게 늘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현금기준으로 연간 3조2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했으나, 올해엔 연간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움직임속에서 정 사장이 ‘마지막 한 발’을 보여주길 바란다. 뚜렷한 방향성 제시와 추진력은 물론이다. 다시 말하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자 분명 미래 잠재력이 상당한 분야다. 위기 속 중책을 다시 맡은 정호영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